한재민 기자(사회문화부)
한재민 기자(사회문화부)

취재 중 싸이월드가 정말 디지털 유산 상속 서비스를 시행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싸이월드 계정을 거의 10년 만에 찾아내 정보를 찾던 중, 오랜만에 미니홈피에 들어갔다. 미니홈피에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남아 있었다.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죽으면 이 사진들이 미래 자식들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엉겁결에 소재로 정한 디지털 상속이 그때부터 나와 가까운 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집을 기획하면서 처음 접한 디지털 상속은 알고 보니 꽤 유서 깊은 이슈였다. 몇 년 주기로 화제가 되는 디지털 상속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논란이 되는 지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가끔씩 화제로 떠오르지만 거기서 멈출 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이 기사의 방향성은 디지털 상속 법제화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지털 상속의 법제화 움직임이 몇 차례 있었고 법제화를 주장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으며, 나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수 불가결’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넘어야 하는 산이 아직도 많았다. 사람들의 생각이 갈리는 만큼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는 말을 인터뷰에서 듣고, 급진적인 움직임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선 후퇴했다.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기사에 담을 수 있었기에 기사의 깊이가 깊어진 것은 덤이다.

디지털 상속을 다룬 기사는 많다. 10년간 이슈가 될 때마다 그에 맞춰 기사가 쏟아져 나왔을 테니 그만큼 기사의 수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상속에 관해 깊이 다루는 기사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른 기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심층 취재가 필요했다. 기존 기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디지털 상속은 왜 항상 사생활 침해 논란을 겪는지, 법제화를 위한 노력은 진행 상황이 어떤지 쓴다면 차별화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디지털 상속이 국내의 각종 이슈를 덮을 만큼 큰 화제가 된 바 없으니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이를 특집 이상의 분량으로 다룬 기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언론에서 특집 급으로 디지털 상속을 다루는 몇 안 되는 기사라니, 기자 생활 첫 특집 기사가 꽤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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