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부편집장
김무성 부편집장

BTS 병역특례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부산시장이 BTS를 부산엑스포 홍보 대사로 위촉해 대체복무 시켜달라고 대통령실에 건의하고, 국방부 장관이 여론조사를 실시해 BTS 병역특례를 결정하겠다는 등 한심한 광경이 연출됐다. 그런데 논란의 초점이 “BTS 군대 가느냐, 마느냐”로 모이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대로면 앞으로 젊은 남성 대중예술인이 세계적 성공을 거둘 때마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인·체육인 병역특례와 관련한 논란은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됐다. 병역특례 기준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고는 했다. 바둑기사 이창호, 2002 한일월드컵,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민적 관심사가 있을 때는 갑자기 예외적 특례가 남발되기도 했다. 이는 이번 논란에서 우리가 따져야 할 문제는 BTS가 군대를 가냐, 마냐가 아니라, 병역특례(예술체육요원) 제도 그 자체라는 점을 보여준다. 

BTS에 병역특례를 주자는 핵심 논거는 국위선양이다. 스포츠 선수나 클래식 예술인 이상으로 국위를 선양했는데, 왜 BTS만 군대를 가야하느냐는 이야기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든다. 국위선양하면 국방의 의무를 경감해줘도 되는가? 1973년 처음 도입돼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지금은 예술체육요원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예술인·체육인 병역특례제도는 국가 이익과 국위선양을 근거로 한다. 시민 위에 군림한 국가 아래에 개인의 권리는 한없이 작았던 군사정권이라면 모를까, 국가주의의 냄새를 술술 풍기는 국위선양이란 개념이 국민의 의무를 면제하는 근거로 잔존해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위선양에 근거한 병역특례는 평등한 개인의 가치를 함부로 저울질한다. 세계적 가수가 되기까지 BTS 멤버들이 기울인 노력, EPL 최고의 공격수가 되기까지 손흥민이 흘린 땀은 물론 귀하다. 그러나 청년들이 좋은 직장, 행복한 삶을 위해 투자한 시간도 똑같이 소중하다. BTS와 손흥민이 국위를 선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누구나 본인의 꿈과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BTS도,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국위선양’으로 특정인에게 병역 특혜를 주는 것은 그릇된 발상이다.

물론 기존 예술체육요원 기준처럼 기술적인 문제도 많다. 빌보드 차트를 특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핫100와 빌보드200, 또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중 어떤 것을 기준 삼아야 할까? 빌보드 차트가 된다면, 영국이나 프랑스 차트 1위는 왜 안 되는가? BTS 못지 않게 국위를 선양하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젊은 기업인도 병역특례를 줘야 하는가? 아니면 그에 준하는 학자도?

이제는 논의의 틀을 바꿔야 한다. 예술인·체육인 병역특례를 비롯한 각종 병역특례 제도가 존속해야 하는지, 합당한 대체 제도는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병역특례 논란은 결국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인생 낭비’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점에서 현행 징병제의 존속 여부도 함께 고민해야 마땅하겠다. 그래야만 지겹도록 반복되는 ‘병역특례 논란’이 비로소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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