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주최 2022 총장 선거 좌담회

지난 1일(목) 『대학신문』은 자연과학관1(18동) 대학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총장 선출 관련 학내 구성원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차기 총장에게 기대하는 점을 주제로 학부생, 대학원생, 직원, 교원을 대표하는 패널이 모여 대담을 나눴다. 좌담회 패널로는 △교수협의회 임정묵 회장(농생명공학부) △대학원총학생회 이도연 회장(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서울대노동조합 이은숙 수석부위원장 △총학생회(총학) 김지은 회장(조선해양공학과·18)이 참여했다. 사회는 『대학신문』 김아영 취재부장이 맡았다.

*좌담회의 내용은 실제 발언을 바탕으로 가독성과 편집 방향을 고려해 재구성했습니다.

 

서울대 교육과 연구의 현실을 짚다

서울대는 교원과 학생에게 만족스러운 연구 및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패널들은 여전히 부실한 연구 및 교육 체계를 지적하며 △학문의 다양성 제고 △연구 및 교육 체계의 내실화 △연구 및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원 체계 확보 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사회: 차기 총장은 서울대 연구 및 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총학생회 김지은 회장(조선해양공학과·18)
총학생회 김지은 회장(조선해양공학과·18)

김지은: 기초 학문 보장과 대학 교육의 차별성 확보다. ‘융합’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다양한 학문이 신설되고 관련 비전이 공유되고 있으나 기초 학문을 유지 및 발전시킬 방안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초 학문의 체계가 잘 수립돼 있다는 점이 서울대만의 차별성인 만큼 이를 잘 지켜내기를 바란다.

또한 초중고 기초 교육과는 다른 고등교육의 성격을 복원해야 한다. 최근의 학부 교육은 대학 입시처럼 대학원이나 취업을 위해 암기하고 경쟁하는 획일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다. 총장은 학내 교육 체계와 문화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존재인 만큼 이제는 총장이 앞장서 대학 본연의 역할을 되짚고 교육 체계의 혁신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서울대노동조합 이은숙 수석부위원장
서울대노동조합 이은숙 수석부위원장

이은숙: 교육 목표에는 학문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과 사회에 진출해 몸소 행동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서울대는 상대적으로 후자에 소홀한 측면이 있어 이를 위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기존의 교수 중심의 학습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역량을 완벽히 습득하기는 어렵다.

대학원총학생회 이도연 회장(보건대학원 박사과정)
대학원총학생회 이도연 회장(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이도연: 교육 혁신에 대한 정의부터 재정립한 뒤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 서울대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공익을 위해 장기적으로 연구돼야 할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적 지원과 수업 및 연구 지도 내실화도 필수적이다.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대학이 뽑아 놓고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이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학금 지원과 조교 제도를 확대하고, 대학원생을 연구 노동을 수행하는 근로자로 인정해 적절한 임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논문 지도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수업과 논문 지도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가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교수가 대학원 인력 양성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관련 인센티브를 보완하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돼야 할 때다.

이은숙: 서울대의 연구 및 교육 시스템이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암묵적으로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것 같다. 융합 학문이나 학생 설계 전공이 증가하는 반면 이를 지도해야 할 교수를 위한 인센티브는 턱없이 부족해 관련 제도의 활성화가 쉽지 않다. 대학원생도 연구비의 용도 제한 등으로 인해 오롯이 학업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기본적인 지원이 제대로 제공돼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여러 전공을 융합해 제3의 학문을 주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교수협의회 임정묵 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협의회 임정묵 회장(농생명공학부)

임정묵: 요컨대 핵심은 학문의 다양성과 교수 방식의 다각화인 듯하다. 우선 융합 학문의 순기능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도록 학내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건강한 학문 생태계와 다양성이 확보돼야 학문 간 실질적인 융복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덧붙여 학생들이 수강신청 기간에 갑작스러운 폐강 등으로 곤란을 겪는 것으로 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기초 교양 및 전공에 대한 수업권이 보장되고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판서 중심의 기존 수업도 학생의 자율적인 학습을 중시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교수는 교육자로서 학생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웹 서핑을 비롯한 여러 온라인 기능을 활용해 학생이 주체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실천적인 교육으로 변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도연: 교육과 연구 환경에서의 개선점은 그 현장에 있는 학생들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 학생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간담회의 방식으로 학교-학생-교수가 동등한 주체로서 다양한 입장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확보됐으면 한다.

김지은: 근본적으로 학생을 수동적인 교육 수혜자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 혁신의 적절성은 그 교육을 받은 학생이 가장 잘 체감하기 마련이다. 서울대 교육 방향성을 재정립할 때 학생이 능동적인 교육 주체자라는 점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바람직한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

세계화 흐름에 발맞춰 서울대도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과 교수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 명의 패널은 무리한 외국인 인재 수용보다 기존 외국인 구성원의 학내 적응을 돕는 기반부터 닦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서울대가 추구해야 할 국제화 방향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차기 총장은 국제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보여야 하는가?

김지은: 국제화 수준을 단순히 양적 지표에만 국한해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학 내부적으로 질적인 국제화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서울대가 세계의 반열에 점진적으로 오를 수 있도록 차기 총장은 장기적인 청사진을 촘촘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도연: 외국인 유학생과 교수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부터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 학과 공지사항을 외국어로 제공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유학생이 많다. 아울러 외국인과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한 인력을 제대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외국과의 네트워킹을 학교 단위에서 관리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국제 교류를 준비하려면 대학원생이 조사부터 지원까지 전담해야 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은숙: 외국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언어의 장벽 등으로 전공 필수 수업조차 제대로 이수하지 못해 난감해 한다. 이들을 고려한 커리큘럼이 먼저 수립돼야 할 것이다. 덧붙여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수업에서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단계적인 교류 방안을 제공하면 좋겠다. ZOOM 등을 활용해 외국 대학 학생과의 협업이나 학점 교류를 추진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학내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임정묵: 여러 국가의 교수와 학생들이 학술적으로 소통하는 문화야말로 대학이 추구해야 할 국제화가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화와 더불어 학내 공동체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학내 문화를 장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좁힐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을 때 비로소 서울대가 바람직한 국제화를 이뤄 갈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부족한 복지, 기본에 충실한 개선 필요해”

3만여 명의 구성원이 오랜 시간 학내에 머무는 만큼 서울대는 구성원을 위한 탄탄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각 패널이 제안한 정책은 달랐어도 교수가 연구에, 학생이 학업에, 직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복지부터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뜻을 같이했다.

▶사회: 다양한 구성원을 위한 서울대로 발돋움하기 위해 총장이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지은: 구성원의 복지는 서울대가 내세우는 모든 가치보다 앞서야 한다. 학교 구성원이 없으면 고등 교육을 선도하고 국제 사회에서 주축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모든 구성원의 복지가 확보돼야 목표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총장이 어떤 가치를 내세우든 그 기저에는 구성원의 복지가 있기를 바란다.

임정묵: 전반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복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어떻게 하면 학내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복지 정책의 최상단에 위치했으면 한다. 복지를 위한 재정 확보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주말에도 편하게 공부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복지를 챙겨주기를 바란다. 

김지은: 구성원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보장하는 것이 복지다. 구성원은 주말 식당 폐쇄 같은 경우로 인해 정말 기초적인 복지까지 위협받고 있다. 관악학생생활관의 경우 학생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용률이나 실제 통학 시간을 고려하지 못한 거리 기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광역 버스 부재 등 교통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공론화하고 여러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충분한 대처 방안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이런 논의가 학내에서 꾸준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복지 정책은 상호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통보로 느껴지는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면 이를 중재해야 하는 총학의 입장도 난처해진다. 새로운 총장이 부임한 뒤에도 많은 복지 문제가 대두될 텐데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요소를 미리 살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도연: 물리적인 부분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을 포함한 총체적 복지가 중요하다. 앞선 발언에 공감하며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학원 내부의 커뮤니티를 촉진해 대학원 전체가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형성됐으면 한다. 당장의 벅찬 연구량과 연구를 하며 발생하는 어려움을 나눌 수 없는 환경 등은 대다수 대학원생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문제다.

또한 차기 총장은 대학동과 연계해 기숙사 문제 해소 방안을 찾아보는 등 캠퍼스 내부를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은숙: 대학이 교육기관인 만큼 교수와 학생 중심의 시스템 개선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직원 복지에 관한 논의가 미흡하다. 법인화 이후 직원들이 가장 희망해 왔던 것이 ‘방학 중 단축 근무’다. 서울권 타 대학과 달리 서울대만 이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도 해당 복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설명할 테니 이런 문제가 다른 구성원의 이해하에 개선됐으면 한다.

 

서울대 거버넌스, “수평적 구조와 투명성을 확보해야”

서울대 법인화 후 11년이 지난 지금, 학내 거버넌스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패널들은 거버넌스 내에서의 참여 비중 및 방식 등에 관해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수평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또한 서울대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총장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언급됐다.

▶사회: 현재 서울대 거버넌스의 문제점을 짚고, 차기 총장이 설정해야 하는 거버넌스의 방향을 제시해 달라.

김지은: 서울대는 다양한 층위의 집단이 모인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운영 전반에서 교수가 가장 큰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학생이 학교 운영 구조와 주요 의제를 잘 모를 수도 있으나, 본부가 먼저 학생이 학내 사안을 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모든 구성원이 학교 운영에 동등한 비율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숙: 학교 거버넌스가 특정 집단에 편중돼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서울대 정책 결정 구조는 상부의 결정이 그대로 하달되는 수직적인 구조다. 특정 보직에 있는 교수만이 아니라 학생·직원·평교수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이도연: 서울대 거버넌스에서 학생 참여 분야가 개선돼야 함에도 현재의 학생 참여 수준이 이미 큰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학생을 동등한 의사 결정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서울대 부처가 파편화돼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월한 해결이 어렵기도 하다. 총장의 의지와 리더십으로 파편화된 것들을 모아 학내 구성원과 통합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임정묵: 서울대 거버넌스의 가장 큰 문제는 학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다양한 학내 구성원에게 학교의 각종 운영 정보를 개방해야 한다. 학내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총장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에 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학에서 학사를 총괄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와 행정 및 예산을 총괄하는 프로보스트(Provost)를 구분하는 ‘이원총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원총장제가 아니어도 부총장이 총장의 업무를 분담해 권한을 일부 대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사회 또한 법인화의 취지를 구현해 재정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되 수익 사업을 총괄하고, 평의원회는 학사 관련 의결 기능을 확보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사회: 서울대 법인화 이후 재정 자율성 문제가 대두됐다. 차기 총장은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임정묵: 법인화의 핵심은 서울대에 재정 자율성을 준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예산 감사를 진행할 때 재정의 산출 내역을 요구하기에 실질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서울대가 정부 출연금 외에 추가로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이 또한 감사의 대상이 되므로 자율적으로 예산을 활용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장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를 조성해 정부와의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김지은: 큰 규모의 금액을 내부에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결국 외부에서의 조달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발전 계획을 고려해 필요한 예산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면, 총장은 외부와의 교섭을 통해 이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발전기금의 경우 기부자가 기부처를 지정하는 지정 기금이 많은 편인데, 이 때문에 급히 재원이 필요해도 기금을 활용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최대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도연: 예산을 외부에서 확충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다만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다 보면 학교의 본질을 잃을까 우려된다. 오히려 서울대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 예산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은숙: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학 재정에 있어서 자율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예산을 적재적소에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복지에 필요한 예산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총장 선출 제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제28대 총장 선출 제도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 학생위원을 추가했고 총장예비후보자 정책 평가에서 정책평가단의 권한을 100%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변화를 맞이했다. 패널들은 이를 총장 선출 제도의 개선이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총추위 대표성 △짧은 총장 선거 준비 기간 △정책평가단의 교원·학생·직원 비율 불균형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현 총장 선출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가?

김지은: 총추위에서 총장예비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큰 권한을 행사하기에 적어도 정책 평가만큼은 일반 구성원의 의견을 온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장 선거부터 정책평가단의 권한이 확대됨으로써 이전보다 총장의 대표성을 강화했다고 본다.

다만 총추위의 활동 기간이 짧고 예비후보자 선출에서 판단의 근거로 삼을 자료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30명의 총추위 구성원 중 외부위원은 10명으로 그 비율이 크나 촉박한 일정상 이들은 학내 사정을 파악하기도 전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후보자의 적절성을 판단할 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한 현실도 주목해야 한다. 소견발표회 발언과 정책발전계획서 등의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덧붙여 총추위 회의에 참여하면서 선거 방침의 확립이 필요함을 느꼈다. 매 총장 선거마다 전례로 행하던 모든 방침을 처음부터 재수립하는데, 문제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방침에 한해서는 시행세칙으로 설정해두는 편이 효율적일 듯하다.

이도연: 학생 정책평가단의 의견이 교원 비중의 9.5%로 환산된다는 규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과 교원의 의견을 동등한 비율로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울러 총장의 자격 요건에 관해 구성원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현재는 총추위에 소속돼야만 총장 선거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대 전반을 대표하는 인물을 선출하는 만큼 여러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창구가 확보돼야 할 것이다.

후보자를 본격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청문회 등의 절차도 보완돼야 한다. 인권 침해와 범죄 행위, 연구 윤리 위반과 같은 결격 사유는 학내 구성원이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가 진행하는 절차가 별도로 추가된다면 후보자의 적합성 검토가 용이할 것이다.

이은숙: 정책 평가 당일 오전에 무작위로 선발하는 정책평가단의 선출 방법은 표본 확보에 적합하지 않다. 교수나 직원의 경우 강의나 업무가 있으면 참여하기 어렵기에 선거의 이해관계인만 정책평가단으로 참여하게 될 확률이 높다. 정책을 평가하는 시간도 부족하다. 3개월도 안 되는 준비 기간 안에 총장의 자질을 검토하고 4시간 안에 후보자의 정책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임정묵: 총추위 활동이 지나치게 짧다는 앞선 의견에 동의한다. 이는 총장선출지원단의 행정 지원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총추위와 정책평가단 표본의 대표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현 제도상 교직원의 경우 선정된 일부만이 정책 평가에 참여하지만, 이들도 학생과 같이 사전 신청한 전원이 투표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다만 이렇게 되면 총추위도 필요할지 의문이다. 교수‒학생‒직원의 정책 평가 반영 비율을 1:1:1로 동등하게 바꾸는 것은 기존 질서를 완전히 깨는 문제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직원의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량화하는 것보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한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제도적 개선이 올바른 학내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차기 총장에게 바란다

학내 구성원이 새로운 총장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패널 모두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윤리적 소양 △사회적 책임에 관한 비전 △고등 교육에 대한 철학 △당선 후 공약 이행 등이 총장에게 바라는 점으로 언급됐다.

▶사회: 총장이 지녀야 할 핵심 역량과 자질은?

김지은: 서울대 공동체를 바라보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대는 단순히 하나의 집단으로만 구성된 공간이 아니라 학생·직원·교수와 같은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다. 각 집단은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존중 받고 동등한 위치에서 학교의 발전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 총장은 이런 공동체 의식을 지녀야 하며, 그것이 결국 학교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향이다.

이도연: 총장에게 제일 필요한 역량은 서울대가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다. 서울대는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지식 공동체’의 육성을 목표로 한다. 사회에서 서울대가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크기에 사회적 기여와 책임을 우선시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 총장 선출에서의 파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총장후보대상자는 인권 침해 및 범죄 행위를 하지 않고, 연구 윤리를 위반하지 않는 등 기본 소양을 지녀야 한다.

이은숙: 총장은 책임감과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서울대 전체를 대표하는 만큼 구성원 전체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 학내에서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서울대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일 때 학교의 입장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임정묵: 다른 패널의 의견처럼 기본 소양을 기초로 하는 리더십이 핵심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서울대의 공공성과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 대학이 가진 수월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장은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를 위해 힘써야 한다. 

▶사회: 총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자에게 바라는 태도는?

김지은: 선거에서 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표에 의해 움직이기보다 각 후보자가 가진 본연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4년을 이끌어 갈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기에 후보자의 비전이 제대로 공유돼야 정책평가단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도연: 후보자들이 다양한 구성원의 입장을 듣고자 노력했으면 좋겠다. 나아가 총장이 됐을 때 구성원의 요구 사항을 정책에 반영해 실제로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이은숙: 구성원이 원하는 서울대를 공약으로 이야기했으면 한다. 또한 후보자의 공약 수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약을 제시할 때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과제를 단계적으로 제시한다면 후보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임기 동안 본인의 비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도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임정묵: 지금 시점에서 후보자에게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다. 다만 당선된 후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이를 실천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

 

2달여 가까이 남은 총장 선출 레이스에서 총장 후보자들은 본 좌담회에서 나온 바와 같이 학내 여러 주체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향한 학교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예비후보자로 선정된 이들이 앞으로 제시할 정책과 서울대의 비전을 기대해 본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레이아웃: 채은화 기자 chae129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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