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자립준비청년 지원 체계를 점검하다

최근 광주광역시의 보육 시설에서 퇴소한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 외에도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 보호 대상에서 벗어난 자립준비청년(구 보호종료아동)이 경제적·정서적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더욱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대학신문』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를 살펴봤다.

 

자립 지원 제도, 어떤 것이 있나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우선 지난 7월부터 「고물가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에 따라 보호 종료 후 3년간 월 30만 원씩 지급되던 자립 수당이 5년간 월 35만 원씩으로 인상됐다. 자립 수당의 금액과 지급 기간이 늘어난 것은 유의미한 변화다. 다만 김영심 교수(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는 “자립 수당의 금액과 기간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금액”이라며 “지자체에 따라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500만 원가량의 자립정착금이 자립 시점에 함께 지원되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근로를 병행하지 않으면 당장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기에 자립준비청년이 장기적인 인생 설계를 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광역 단위로 신설된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지난달 기준 당초 목표했던 17개 시도 중 12개 시도에 신설된 상황으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모든 시도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은 보호가 종료되면서 보육 시설에서 퇴소한 청년에게 상담과 자립 정보, 개별 맞춤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제철웅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보호가 종료되고 성인기로 접어드는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청년을 지속해서 지원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라며 자립지원전담기관에의 인력 배치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제 교수는 이어 “올해 주요 입법 과제로 뽑힌 ‘자립지원대상 아동·청소년 지원에 관한 특별법’(청소년자립지원법)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자립지원전담기관의 보완”이라며 자립준비청년에게 상담 및 조언을 제공하는 인력을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청소년자립지원법에 포함시키고자 계획 중이라 말했다.

한편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안에는 보호 아동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보호 종료 시점을 만 18세에서 24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는 보호 종료의 시점이 이르다는 그간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육 시설의 아동에게 자립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제도가 다루지 못하는 현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동시에 다른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활동하는 △자립준비청년협회 주우진 회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자립활동가이자 보호아동·자립준비청년 대상 결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SOL’(솔) 윤도현 대표 △한국고아사랑협회 이성남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들은 개정된 법안과 더불어 다양한 지원이 존재하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자립준비청년은 많지 않다고 입 모아 말한다. 주우진 회장은 “정부에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보호 아동은 성취보다 부모와의 관계 단절이라는 실패감을 먼저 그리고 빈번히 경험하게 된다”라며 인정 받았던 경험의 부재가 제도를 활용할 의지를 저하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윤도현 대표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자립준비청년은 무력감을 느끼며 자립 의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정책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 시행뿐만 아니라 자립 전 보육원에서의 환경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꼽힌다. 윤도현 대표는 “보육원 내 통제는 단체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필수 불가결하지만, 무언가를 직접 탐구하는 능력을 저해해 훗날 자립준비청년의 사회 적응을 방해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육원에서 진행되는 자립 교육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문제가 지적됐다. 교육 내용이 진부할 뿐만 아니라, 자립의 필요성을 이론 중심의 교육만으로 느끼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아동의 참여도도 낮아졌다. 주우진 회장은 “교육의 형식과 내용은 보육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구성하기에 형식적인 교육이 대부분”이라며 참여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보호 현장부터 바뀌어야

결국 자립준비청년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보호가 종료되기 전 진행하는 교육을 통해 자립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법안에 포함된 제도가 보호 아동에게 질 높은 자립 교육과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전적 지원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제철웅 교수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관심을 주는 부모의 역할을 할 인력이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강현주 교수도 “대상자 개인에 관한 전방위적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원이 제공돼야 하기에 자립 지원 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지금은 인력의 규모가 작고 전문성도 떨어지기에 지원 보강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 본인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교육 참여도 필수적이다. 이성남 회장은 보호 종료를 앞둔 아동에게 자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도현 대표는 공유 주거 공간에서 지내며 자립의 기술을 직접 경험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설된 자립지원전담기관 인력과의 라포* 형성도 필요하다. 김영심 교수는 “보호 종료 후에도 당사자가 판단했을 때 진정한 자립이 가능한 시점까지 자립전담기관을 통해 일대일 성인 멘토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립 수당 지원에 앞서 △경제 교육 △정서 교육 △직업 교육 △결혼 및 동거에 관한 교육 등이 기관 차원에서 진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비공식적인 자립 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성남 회장은 같은 경험을 한 청년이 모여 다양한 문제를 공유하는 공동체인 ‘자조 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 교수 역시 자조 모임에는 동질감이 주는 편안함,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유되는 자립 정보, 고립된 보호 아동의 발굴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우진 회장은 보호 아동이 자립 이후 보호 당사자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회에 자신의 출신을 공개하는 ‘사회적 자립’의 개념을 제시한다. 그는 “가장 좋은 교육은 사회적 자립을 이룬 선배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라며 “경제적·정서적 독립을 이룬 뒤 사회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보호 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자립을 향한 동기 부여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립준비청년 이슈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5~6년 전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제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은 맞지만 특정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모였던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선을 거두지 말아야 할 이유다.

 

*라포(rapport):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 신뢰 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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