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교수(국제대학원)
정영록 교수(국제대학원)

아시아 금융 위기, 세계 금융 위기, 비전통적 금융정책, 디지털 대전환, 트럼프의 괴짜 행동, 바이든의 미국 중심주의, 푸틴의 꼼수 장기 집권, 시진핑 우상화, K-Pop의 세계 진출,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기술 냉전. 단어들이 무시무시하다. 전 세계가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히 인류 대격변의 시기임이 틀림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부터 18세기의 산업혁명을 거쳐 국민에게 권력이 옮겨 가는 국민국가 시대가 마감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국가 시대에는 군주제의 연장이든 새로운 공화정이든 구체적인 집권 세력을 대체할 주류 집단이 부상한다. 영토를 지키거나 확대하면서 구성원의 삶을 부유하게 하는 것을 이상향으로 내건다. 빠른 산업화와 이를 통한 군수산업의 발전이 주축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계속된 영토 분쟁도 거의 완결됐다. 세계화를 통해 보완됐다. 최후의 무기로 여겨졌던 핵무기도 수차례의 원전 사고 등을 통해 실제 사용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인류는 인당 소득 1만 달러의 관문을 넘어섬으로써 어느 정도 살 만큼 살게 됐다. 미국 일방의 경제력 집중도 완화됐다. 부국강병이라는 구호가 한계에 온 것이다.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모색 속에 변화의 새로운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사실 국민국가 시대의 교육은 단순했다. 초등학교는 문맹 탈피였다. 대학은 지배계급의 배출이었다. 특히 공동 이익의 네트워킹과 표준화된 고등 학문의 전파에 이어 지금은 연구 대학이라는 산·관·학 협업 체계를 통한 창조의 중심이 추구된다. 우리나라는 동년배 대학생 비율이 70%를 넘었다. 서울대 학생은 동년배의 1% 미만에 속해 지력으로는 최상이다. 하지만 구성원 조사에서조차 서울대가 주도적인 위상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다. 변화해야 한다.

첫째, 진정 창조의 중심이 돼야 한다. 국민국가 시대는 관리(管理)의 시대였다. 교과서가 중요하고 교수가 중요했다. 한 분야만 파는 전문가 시대였다. 자연히 편협할 수밖에 없다. 탈 국민국가 시대에는 이것이 유효하지 않다. 학점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창조는 경험의 축적과 신비한 자연 이치의 탐구, 이방의 문화적 충격에 대한 해석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화를 통한 논리의 체계화 및 자기 확신이 중요하다. 친구의 공감이다. 그 차원에서 직·간접 경험을 극대화하는 곳이어야 한다. 경험을 이길 수 있는 지혜는 없다. 세계적 수학자인 허준이 교수가 강조한 인문학도 인문학 자체의 중요성이 아니다.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과 역사 인식의 중요성이다. 

둘째,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야 한다. 지금 잘나가는 분야가 사회 주력을 담당하게 될 20여 년 뒤에도 꼭 정상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만큼 사회는 다방면으로 급격하게 흐른다. 다양성 속에서의 진정한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극도의 전환기로 전통 산업에서 첨단 산업으로의 이전, 군수 산업 위주의 중화학 공업화 탈피, 탈 국민국가 시기의 행복 산업 발굴 등이 진행되고 있다. 발전의 개념도 기존의 효율성 극대화에서 불평등 해소와의 조화로 전환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주어진 틀을 깨야 한다. 교수 등 교학인들의 언어가 꼭 진리는 아니다. 왜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세계 패권이 이동하거나 다극화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져야 한다. 여행 등으로 몸을 써서 현장과 다양하게 접촉해야 한다. 또한 자연과의 대화로 자연의 이치를 알아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한편, 고전소설 100권 읽기나 드라마 보기를 더 체계적으로 했으면 한다. 인간의 본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려를 배워야 한다. 한국의 선진국 추격 및 아시아의 베끼기는 끝났다. 서울대 학생들이 아시아를 새로이 구축하고 인류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 단순한 따라하기, 따라잡기가 아니다. 독창, 자주, 한국적인 것이 자연히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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