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희(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
조주희(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서도 꼴찌다. 저출생 현상은 가속페달을 밟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이다. 특히 내가 사는 서울의 출산율은 0.63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이 말인즉슨 여성 1명이 자녀를 1명도 출산하지 않을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최소 2명은 출산해야 한다. 그러나 2명은커녕 1명도 낳지 않고 있으니 인구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에서는 저출생의 원인을 ‘돈’이라고 파악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저출산, 노령화 공약 중 하나인 부모 급여를 신설하며 현금 지원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출산 장려를 위해 여러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출산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순히 돈 몇 십, 몇 백만 원이 아니다. 

아동가족학도이자 중학교 기술·가정 교사로서 결혼한 뒤 자녀를 출산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 당연한 명제였다. 그러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 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입덧과 건강 악화로 병원을 들락거리게 됐고 이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는 소득 저하로 이어졌으며 달라진 신체와 악화된 건강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가끔 만나 커피 한 잔 혹은 ‘치맥’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털어 내던 소소한 일상은 사라져 버렸다. 임신과 동시에 내게 건강 악화, 소득 저하, 개인 시간 감소라는 삼중고가 닥친 것이다. 

아이를 출산한 뒤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2시간 간격으로 울고 떼쓰는 신생아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기 위해 친정 부모님은 물론 종종 남동생의 손까지 빌려야 했다. 두 돌이 지나자 그나마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내 일상의 대부분은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은 몹시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바쁜 아침 출근 준비를 할 때 홀몸일 때는 10분 내로 마칠 수 있었던 일이 아이와 함께면 30분도 넘게 늘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여전히 밤에 자다 깨는 아이를 달래며 자다 보면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아이의 기분이 좋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종종 아이의 기분이나 상태가 안 좋아지고는 하는데 그러면 나의 일정도 같이 꼬이게 된다. 아이와 씨름하다가 약속된 시간에 늦거나, 육아 시간을 사용해서 이른 퇴근을 하게 될 때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리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아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출산과 양육의 과정은 고되기도 하지만 나를 쏙 빼닮은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면 기쁨과 사랑으로 벅차오른다. 그러나 아이를 출산함으로써 나의 신체와 건강 그리고 커리어는 상당 부분 반 토막이 났다. 어린이집 하원을 기다리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엄마 보호자들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그녀들은 매일 5시 하원을 맞추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또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아빠들은 또 어떠한가? 자녀가 생기는 순간 기쁨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양 어깨를 짓누르게 되며 이는 자녀가 무사히 독립할 때까지 이어진다.

자녀를 갖는다는 것은 남녀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녀의 출산은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가져간다. 출생률을 높이고 싶다면 현금 지원도 좋지만,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일과 가정 양립 가능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와 직장에서 임신, 출산 그리고 양육하는 부모가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것을 이해하고 남성이 부인의 육아를 돕는 보조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가 돼 임신 및 육아에서 자기 몫을 하는 것이 당연시될 때 저출생 문제의 해소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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