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병든 사회는 중독을 확산시킨다. 2016년 도박 중독으로 병원에서 진료 받은 환자는 1,113명이었고 이후 매해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만 1,333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마약사범은 2019년 1만 명대를 넘긴 이후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도박과 마약 중독의 저연령화 현상은 문제의 심각성을 배가한다.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은 청소년은 지난해 98명으로 최근 3년간 약 50% 증가했으며, 청소년 마약사범은 10년 만에 11배 늘었다.

정부는 도박 및 약물 중독 문제를 인지하고 지원 중이지만, 그 예산은 중독자 규모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며 체계도 불안정하다. 정부에서 합법으로 인정한 사행 산업 사업자는 대통령령에 따라 순매출액의 0.35% 이내를 도박 중독 예방 치유 목적의 부담금으로 내게 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다수 사행 산업 사업장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도박 중독 예방 치유 부담금도 줄었다. 지난해 도박 중독 예방 치유 부담금은 2020년에 비해 34%가량 줄어 131억 원에 불과했다. 매년 200억 원 안팎으로 부과됐던 부담금이 급감하면 예방 치유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위법 사업장을 포함한 도박 중독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예산은 오히려 감소해 치유 사업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은 오히려 커졌다. 

약물 중독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에서 21곳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지정 병원’(지정 병원)을 지정했지만, 지난해 인천 참사랑병원과 창녕 국립부곡병원만이 1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고 다른 병원은 2명 이하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정 병원에 배당된 전체 예산은 2억 8,000만 원이다. 마약류 중독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한 달에 최소 500만 원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2억 8000만 원은 56명의 환자를 수용하면 고갈되는 아주 작은 규모다. 심지어 지정 병원 가운데 국립 정신병원은 마약 치료 예산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병원 자체 예산으로 환자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지정 병원에 배당된 예산이 2017년부터 증가해오기는 했으나, 치료 보호 지정 병상 수도 5년 전에 비해 38개 줄어든 292개로 조사됐다.

매년 증가하는 중독 사례는 부족한 예산을 보란 듯이 지적한다. 각종 중독 치유와 재활 서비스를 위한 지역 센터 등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예산 부족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다. 약물과 도박 중독 치유 사업의 지속성과 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투자 중독 같은 정신적 중독을 치유할 사회적 장치 마련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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