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지난 21일(수) 최신 그래픽카드(GPU)인 GeForce RTX 40 제품군을 드디어 공개했다. 그동안 미루고 미루다 발표한 것이라 PC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기대는 그만큼 컸다. 그리고 발표가 끝나자 이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나쁜 쪽으로.

 

사람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RTX 4080 이름을 달고 나온 두 가지 제품의 가격이다. 엔비디아는 RTX 4080 16G와 RTX 4080 12GB의 출고가를 각각 1,199달러와 899달러로 책정했는데 이것은 이전 시리즈에서 대응되는 RTX 3080의 출고가가 699달러였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 4080 제품군을 두 가지로 나눈 것에 대해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RTX 4080의 두 제품이 같은 이름으로 묶이기에는 성능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래는 4070, 4080으로 내려던 것을 눈속임을 위해 이름은 똑같이 4080으로 두고 12GB와 16GB로 나눈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코인 열풍이 식어감에 따라 몇 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그래픽카드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문제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GPU 생산 업체는 엔비디아 이외에도 있긴 하나 성능과 호환성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선택지는 너무 부족하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런 일과 더불어 얼마 전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EVGA는 돌연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EVGA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인 가격 정보 공유조차 해주지 않는 등 협력사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엔비디아의 사업 태도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이었다고 한다. EVGA는 북미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율 1위인 기업이었는데 이런 결정을 내릴 정도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거리낄 게 없다. 오히려 엔비디아 입장에선 칩셋을 협력사에 납품하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 것이 이익이 많이 남아 좋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엔비디아가 기존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줄이고 GPU 관련 생태계를 독점하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의견도 있다. 마치 애플처럼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 애플도 요즘 가격 문제로 시끄럽다. 애플은 지난 19일 공지를 통해 이르면 다음 달 5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의 앱스토어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의 경우 인앱결제 상품 가격이 20% 이상 인상된다. 통보는 일방적으로 이뤄졌으며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다. 최근 높아진 환율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가격을 조금도 아니고 20% 넘게 올리면서 한 달도 채 안 남기고 일방적인 통보를 보내는 태도가 놀랍다. 최근 가격 논란이 있었던 치킨도 가격을 올릴 때는 기업이 소비자 눈치도 보고 가격 인상을 언론이나 여러 통로를 통해 합리화하려고 시도는 한다. 하지만 독점적 스토어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애플은 이렇게 어떤 설명도 없이 통보만 하면 그만이다.

두 기업의 행태를 보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는다. 이 같은 일을 겪어도 소비자는 SNS나 커뮤니티에서 욕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또다시 은퇴하지 못하게 된 나의 GTX 1080 그래픽카드에게 말을 전한다. “우리 일 년 더 하자!”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