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연구소 박준영 객원연구원
법학연구소 박준영 객원연구원

2022년 2학기는 원칙적으로 100% 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반 만이다. 개강 후 강의실, 카페, 식당, 도서관, 교내 버스, 자하연 앞 벤치 등 어디를 가나 학내 구성원이 가득하고, 길을 걷다 보면 즐거운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9월 들어, 정말 오랜만에 이런 생각을 한다. ‘아, 대학 캠퍼스 같다!’

올해 1월, 연구와 강의에 더욱 전념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다니던 공공기관 연구직을 그만두고 다시 모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학교는 공허했다.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는 있었지만 많은 것이 아직 제한돼 있었다. 꿈만 같던 첫 출강 학기였는데 실제로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카페에 가보면 모두 이어폰을 꽂고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다행이라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삭막했다. 온라인 수업을 3시간 진행한 후, 텅 빈 강의실에서 느끼는 적막은 정말 차가웠다. 나 또한 일상적으로 온라인 세상에 갇혀 있었다. 2020년 3월, 우리의 일상을 멈추게 한 코로나19는 그렇게 캠퍼스의 일상도 없애 버렸다.

학사가 정상화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살아왔는지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왠지 모를 열정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관악 공동체를 무엇으로 다시 채울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딱 한 가지만 같이 공유해 보고자 한다. 바로 “우정, 友情”이다.

필자의 대학 생활을 되짚어 보면, 친구, 동기, 선후배들과의 우정이 팔 할 이상을 채운다. 시간표를 같이 짜면서 어떤 수업을 누구랑 같이 들을까 고민하고, 수업 시간에 같이 앉기 위해 번갈아 가며 자리를 맡아줬다. 피치 못한 사정이 있으면 누구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필기를 복사해서 나눠 줬다.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 있는 강의실로 같이 뛰어갔으며, 식당 줄을 먼저 서기 위해 서둘렀다. 도서관이나 학생회관으로 가는 길에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있는 학우들을 만나면 같이 앉아서 우정을 나눴다. 일과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샤로수길보다 더 핫했던)녹두거리에 내려가 술을 같이 기울이며 청춘의 뜨거운 마음과 생각을 서로 주고받았다. (당시 샤로수길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필자에게는 감사하게도 그런 기억을 공유하는 네 명의 친구가 있다. 모두 사회에 진출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필자보다 훨씬 훌륭한 멋진 친구들이다. 우리 다섯 명이 가까워진 계기는 2학년으로서 새내기 OT를 준비하고 함께했던 때였는데, 그 후 같이 공부를 하면서 거의 같이 숙식하며 지냈고 졸업 직전에는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가 벌써 10년도 넘었고 이제는 바쁜 일상에 1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하지만, 그래도 한자리에 뭉치면 그때의 우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에게 너무너무 감사해한다. 이렇게 너는 나의, 나는 너의 친구로 남아줘서 고맙다고. 생각보다 각박하고 차가운 세상 속에서 내 마음을 기대고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서 고맙다고.

돌아온 관악의 일상에서 우리의 우정이 더욱 두터워지기를 기대한다. 힘든 일상과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두렵지만, 다시 함께하는 관악 공동체에서 함께 부딪히고 함께 나누고 함께 공유하자. 우리가 걸어가는 힘든 과정에서 친구들과 나눈 우정이 힘이 될 수 있도록!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 이적, 〈당연한 것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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