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중식 문화예술원장을 만나다

우석경제관(223동) 앞에는 지나치기 쉬운 낡은 건물, 파워플랜트(68동)가 있다. 한때 인문대·사회대·경영대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 역할을 하던 이곳이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21일(수) 새로운 문화의 새싹이 피어나고 있는 파워플랜트에서 이중식 문화예술원장(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만나 출범을 앞둔 문화예술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Q. 문화예술원을 신설하게 된 이유는?

A. 오세정 총장이 임기 중 가장 추진하고 싶었던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문화 사업은 비교적 후순위로 여겨져 왔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인데, 다채롭게 변하는 취향과 시대의 감성을 우리가 잘 따라잡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에 문화에 대한 더욱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투자를 활성화하고자 학내 정식 조직으로 문화예술원이 신설됐다. 기초교육원이 여러 단과대의 교양 강의를 관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문화예술원은 학생들이 더 많은 문화를 누리고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문화예술원의 활동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Q. 문화예술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A. 문화예술원은 68동 파워플랜트와 ‘뉴하우스’, 두 공간을 주축으로 활용해 창작자를 지원할 것이다. 파워플랜트는 올해 겨울에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부터 여섯 개의 작가 팀이 작업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이 공간에 머무는 창작자가 큰 규모의 참신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곳에서 펼쳐질 다양한 프로젝트에 학생 참여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파워플랜트가 창작 공간이라면, 뉴하우스는 파워플랜트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보여주는 장소다. 뉴하우스는 73동 문화관을 재건축해 2025년 준공될 예정이며 △900석 규모의 다목적 홀 △여러 형태의 공연이 가능한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 △미디어 전시 공간이 조성된다. 이곳에서 여러 초청 공연이나 전시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파워플랜트 리모델링 예시.
파워플랜트 리모델링 예시.

나아가 문화예술원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이들을 키워 내고자 한다. 학생과 졸업생, 신진 작가들에게 공간뿐 아니라 전문가·문화 기업의 멘토링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대규모의 자본이 투자되고 전문가와 긴밀하게 연결된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문화 선도자의 역할을 하는 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 현재 ‘하이브’, 디지털 아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캐나다 기반의 미디어 회사 ‘모먼트 팩토리’(Moment Factory)와의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고, CJ나 민음사와도 논의 중이다. 이들은 파워플랜트에서 진행될 예술가 육성 과정에 멘토를 지원하고, 작업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거나 작업의 소재를 제시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Q. 앞으로 문화예술원은 어떤 예술을 진흥하고자 하는가? 

A. 문화예술원이 어떤 예술을 지향하는지 정의하긴 어려우나 식상하고 예측 가능한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화예술원은 ‘Look Backward’(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 하기보다는 ‘Look Forward’(앞날을 바라보는 것) 하며 새로움을 찾고자 한다. 새로운 것의 가치를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하는 데는 용기와 선구안이 필요하다. 이미 검증된 사람을 데려오기보다는 새로운 사람, 특히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교육하고 자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이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것 아니겠는가? 

이중식 원장은 “문화예술원이 잘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문화예술원이 만들어 낼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활성화되고 학교가 조금 더 재밌어지기를 바란다”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문화예술원이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 새로운 예술이 뿌리내리고 창작자들의 열정이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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