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 송파 전 애인 가족 살인 사건, 천안 원룸 살인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신당역 살인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 전주환으로부터 3년 가까이 심각한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가해자는 이미 불법 촬영과 스토킹 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스토킹 피해자를 강력 범죄로부터 보호하는데 또다시 실패했다. 

사법 시스템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는 두 차례나 있었다. 지난해 10월 피해자의 고소로 경찰은 가해자를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그 뒤로도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올해 1월 가해자를 재차 고소했으나 이번에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주거지 불명,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만을 구속 조건으로 명시하기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에서 법원은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게 돼 있기에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가능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범행과 무관한 직업 안정성이나 가해자의 사정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과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법이 보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구멍 뚫린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실패했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내용이 스토킹처벌법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에 명시된 최대 6개월간 피해자 반경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스토킹 중지에 대한 서면 경고 등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치다. 이를 위반해도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로 처분의 수위가 매우 약할 뿐더러 사후 처벌이라는 점에서 범죄자의 접근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사후 처벌만이 문제는 아니다. 스토킹 범죄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분리 조치가 매우 중요한 가정폭력처벌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단순히 접근 금지 ‘명령’ 외에도 보호 시설, 의료기관으로의 인계 등 강제적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는 가해자를 유치장 혹은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가 규정돼 있는데, 지난 1월~7월에 검찰과 법원이 잠정조치 4호를 기각한 비율은 약 55%였다. 잇따르는 스토킹 살인 사건에도 법원과 경찰은 아직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은 법원, 경찰, 검찰 등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단체들의 안일함이 낳은 사태다.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목소리는 입법 당시부터 계속돼 왔으나 결국 그 누구도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스토킹 살인이 얼마나 더 반복돼야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법부의 반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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