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우 교수
인문대·독어독문학과

지난 달 27일 시작된 프랑스의 소요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고, 독일, 벨기에 등 이웃 나라로 번지는 추세라 한다. 유럽의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민족 간, 문 화 간 갈등은 유럽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 사태는 잠재돼 있던 문제가 다시 한 번 폭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민족과 문화가 조화롭게 사는 전형으로 여겨졌던 ‘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 이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다. 이번 사태는 여러 민족과 문화가 한 울타리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예라 생각된다.

이번 사태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프랑스에 이웃한 나라들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사태 추이를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언론과 일반인들의 관심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아마 이 사태가 프랑스의 이웃 나라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지만, 대륙의 다른 끝에 있으며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동일한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우리에게는 ‘강 건너 불’같이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사태가 우리에게 정말 ‘강 건너 불’이기만 할까? 이 땅에는 벌써 19세기말부터 화교가 들어와 있으며, 배우자를 따라 국내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국 출신 한국인’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 최근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국내에 정착했고, 몇 년 전부터는 농촌 총각들이 동남아시아계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이들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제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유학생과 국내에 들어와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율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외국으로부터 인력을 수입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국내에 거주하거나 정착하는 외국인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민족과 문화가 공존해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타민족, 타문화에 대한 우리의 배타성 때문에 우리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남아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양적, 질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가 끌어안느냐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을 우리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을 배려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은 대부분 우리의 필요에 의해 우리나라에 왔고, 또 우리 사회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이들의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문화적 동질성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륙의 다른 쪽 끝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 사태가 아직까지는 ‘강 건너 불’일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우리의 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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