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순 교수(동양화과)
신하순 교수(동양화과)

 

자신에게 충실할 때 혹은 극도로 불안할 때, 이판사판으로 상황이 악화될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자신감을 느낀다. 또한 어려움이 닥칠 때면 외면하거나 부딪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생각과 여유로움으로 이를 헤쳐 나간다. 나의 정체성은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선택되기도 한다. 선택의 고민은 생활 속에서 시작된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후회도 물론 여러 차례 겪는 일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선택적 판단과 행동을 한다. 누구에게나 결정하고 나아감은 또 다른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더없는 신중함 속에서 결정적 장애를 안 불안한 결정에 대한 조바심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흔히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모방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주관적이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창조되는 창의적 미학을 기대한다. 이는 수없이 반복되는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예술 세계에서도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시각 문화는 보편적인 기대 수준에서 나아가 차별화된 자기만의 시각 이미지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주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 보편적 요소와 독창적 요소들이 혼재한다. 주관적이어서는 일반적 이해를 구하기 어렵고, 일반적이어서는 독창적 시각을 나타내기에 진부하다. 참으로 우리의 익숙한 이미지를 간파할 수 있는, 간사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변화의 흐름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진화하고 있다. 그런 진화된 쾌속의 속도에 무방비한 상태다. 회화의 장르에서는 더욱더 시대착오적인 면을 쉽게 느낄 수 있고, 속단하기 어려운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때로는 ‘모방과 창의’의 화두를 벗어나 예술 세계의 담론을 거부하는 일상의 안일함을 보편적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안식과 풍요, 경계를 다양하게 모색한다. 이것은 자신과 사회, 자신의 예술적 지향성과는 또 다른 주체적이면서 독창적인 시선을 자극하고, 나아가 자신의 시각이 표현된 이미지는 사회적, 미학적 시선에서 멀어진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추구하는 방향 설정은 무엇일까’, ‘개별적 만족이 최선일까’라는 물음에 직면한다. 당연히 보편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방식의 창작 욕구는 어떤 자신감으로 채워져야 할 것인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지리적 거리를 단숨에 좁혀 버리고 최단 거리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 또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창작자의 어려움이자, 극복해야 하는 두렵고도 만만치 않은 정보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을 표현해야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다시금 자신에게 원초적인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삶은 유한하고 각종 정보들은 넘쳐나고 그 속에서 순수한 자신의 시각적 언어를 선택하는 것은 크나큰 고충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니멀 추상이어도, 순수 창작이어도, 리얼리즘의 기반에서 시각화되는 독창적 언어일지라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익숙한 이미지와 영상 정보를 일상에서 다루며, 습관적으로 공유한다. 이미지 혹은 영상의 공유는 끊임없이 창작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새로운 이미지의 시각화에 독창적인 자기 언어를 표현하고 창출하게 한다. 현재 펼쳐진 정보의 바다와 끝없이 생산되는 이미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어떤 선택을 통해 자신감을 표현해야 할까? 선택적 감성은 진정 자신의 시각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자 즐거움이다. 기존의 시각적 질서에서 자신의 언어를 찾는다는 것은 누구나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원한다면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고, 국제 사회의 흐름도 찾아봐야 할 것이며, 새로움에 대한 시각적 언어도 부단히 노력해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 내야 할 것이다. 평면적 시각 예술의 감동은 서로 다름의 차이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신의 미적 감성의 자신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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