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루(협동과정 미술경영 석사과정)
전하루(협동과정 미술경영 석사과정)

9월은 국내 미술계에 있어 유독 중요한 달이다. 한국의 미술주간이 있기 때문이다. 도심 곳곳에 걸린 형형색색의 현수막은 미술계 내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올해의 미술주간은 여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그 열기가 조금 잦아든 이 시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학내 구성원에게 전해 보고자 한다.

한국 미술계의 과제에 대해 종사자 모두의 목소리가 모이는 지점이 있다면 미술과 대중의 다채로운 만남을 지향하고 미술 문화 확산을 돕는 일일 것이다. 미술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행사로 매년 9월 개최된다. 올해는 9월 1일부터 열흘 동안 전국 230여 개 전시 기관이 참여했는데, 미술 문화의 일상화를 위해 국내 미술 전시 공간의 전시 관람,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미술계 및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동시에 미술 여행, 국제 컨퍼런스 등 여러 행사가 열렸으며 이 기간에 맞춰 기획 전시나 뮤지엄 나이트와 같은 특별 행사가 기획되기도 했다. 도심 곳곳에서 미술을 매개로 한 축제를 만나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다양한 담론들이 피어나는 현장이 만들어졌다.

특히 올해는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굵직한 변화들이 목격됐다. 매년 9월에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키아프)는 한국 최초의 아트 마켓으로, 키아프가 올해 유독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영국의 국제아트페어 Frieze(프리즈)와의 공동 개최 때문이었다.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아시아 미술 시장의 새로운 허브로서 서울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그들의 기대대로 이번 프리즈 서울은 기록적인 성과를 남겼는데, 신문들은 ‘단군 이래 최대의 미술 전시이자 장터’라고 앞다퉈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두 아트페어의 이번 협업이 한국 미술계에 미친 파급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공동 개최로 방한한 해외 관계자는 8천 명으로 추산된다. 큐레이터 등 미술 관계자가 대거 방한하며 자연스럽게 미술계 네트워크가 강화됐고, 덕분에 세계 곳곳에 한국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갤러리나 브랜드 주최의 행사가 열렸으며 다수의 해외 갤러리가 서울에 분관 개관을 준비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프리즈 서울의 개최와 해외 갤러리의 유입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은 국내 갤러리의 경쟁 상대가 훨씬 많아지고 강력해져 한국 미술 시장이라는 작은 파이를 더욱 경쟁적으로 나눠 먹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변화를 고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한국 미술계가 국제적 관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미술주간을 준비하며 수많은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개선 방안과 전략을 고민할 것이며, 그렇게 점진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면 서양 미술사의 맥락과 관점 안에서 한국 현대 미술이 주변화돼 있음을 선명히 목격하고는 했다. 비교적 짧은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지닌 한국이기에 세계 미술사의 흐름에서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다양한 미술의 줄기가 있음에도 지극히 서구의 관점에서 해석되는 일이 다분하게 일어났다. 이런 서술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한국 현대 미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 결여로 인해 담론 형성의 여지 자체가 제한돼 왔기 때문이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국제 무대의 영역이 서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 또한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통로가 개척되기 시작했다. 이번 미술주간을 보내며 발견된 변화를 발판 삼아 한국 현대 미술의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가능성이 발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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