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 취재부장
김아영 취재부장

나는 이번 학기에 영어 진행 강의 하나를 수강 중이다. 수업 주제도 흥미롭고 내용도 어렵지 않지만 매일매일이 고역이다. 영어로 한마디조차 못 꺼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반, 원어민처럼 영어하는 한국인이 반인 수업에서 영어 못하는 나는 항상 구석에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분명 수강생 대부분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인데, 왜 나만 영어를 이렇게 못하는지 너무 억울해서 글을 쓴다.

나는 한국에서 정직하게 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웠다. 단어를 매일 세 단원씩 외웠고, 문법도 어느 정도 익혔다. 여기까지는 여느 한국인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 정도의 영어 실력만으로도 수능 때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성적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회화만 못한다.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됐는지 진단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국식 영어 교육의 폐해’의 당사자가 나인 것 같다. 어휘와 문법 위주의 영어 이론 교육. 그러다 보니 시험은 잘 보는데 외국인 앞에만 서면 얼음이 된다. 교육의 실용성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을 잘 생각해 보면, 외국에 나가서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현재의 영어 교육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분명 이런 문제 제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계속해 왔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동안 영어 교육에는 변화가 없었다. 내가 다녔던 외국어 고등학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회화 교육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영어 과목에 할당된 주 6시간 중 2시간에 그쳤다. 그마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 시수가 줄어들었다. 실제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실력은 점점 줄어들었다. 외고도 그랬으니, 일반고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사실 이론 위주로만 영어를 배웠다고 해도, 단어도 알고 문법 구조도 배웠으니 문장 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발음은 조금 어색하더라도 의사 전달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배웠다. 그럼에도 내가 외국인 앞에서 입을 떼지도 못하는 것은 내 영어를 듣고 비웃을까봐, 내 영어가 잘 이해가 안 될까봐다. 그러다 보니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외국인들은 못 알아 듣고, 그럼 난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는 실용 위주의 영어 교육이 이뤄지기를 희망해 본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래퍼 이영지가 짧은 영어로도 외국인 가수랑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영상을 봤다. 확실히 외국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 것 같다. 다음 학기에 교환 학생으로 미국에 가게 되는데, 그 전까지 용기를 내고 입을 한번 떼볼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생기길 바란다. Can you speak English? Yes, I 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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