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여가부)가 비혼·동거 가구 등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달 22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비혼·동거 가구, 위탁 가정 등 사실상 가족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영위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족으로 인정 받지 못한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각종 차별을 해결하고자 발의됐다. 개정안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비혼 동거 가구나 아동 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 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가부의 현 입장은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내용과 상충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가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한다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내용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법률을 개정하는 데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법에 포함되지 않는 형태의 가족은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법적 가족 개념에 대한 소모적 논쟁보다는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분명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법률혼과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정의한 기존의 법이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언급됐음에도, 법률의 개정 없이도 이를 극복 가능하다고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점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법적 가족 개념을 확대하지 않고도 충분한 정책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의 설득력도 부족하다. 위탁 가족이나 동거 가구는 소득세 인적공제는 물론 건강보험, 가족수당 등 각종 보호와 지원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병원 수술이나 장례 등의 긴급한 상황에서도 배우자로 인정되지 않아 보호자로서 법률적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가족의 법적 개념 확대에 대한 문제 의식이 변한 것도 아니고, 반대 여론이 거세진 것도 아님에도 여가부는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번복했다. 이 탓에 여가부가 합리적인 정책적 고려를 거치지 않고 현 정권에서 성행하는 전 정권 부정하기의 맥락에서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다. 여가부가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조속하게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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