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행사 | 아시아연구소 강연 ‘중동의 성 소수자들을 위한 무지개는 언제 뜰 수 있을까?’

아시아연구소는 지난 5일(수)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아시아의 성 소수자’라는 제목으로 특별 강연을 진행한다. 첫 주 강연을 맡은 구기연 교수(아시아연구소)는 “앞으로 진행될 강연이 아시아의 성적 다양성을 숙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차별 속 중동의 성 소수자

지난 5일 열린 1주 차 강연에서는 중동의 성 소수자가 마주한 현실을 조명하고, 중동에서 이들이 유독 핍박받는 원인은 동성애가 처벌 조항에 명시돼 있기 때문임이 지적됐다. 지난달 이란 사법부는 이란 내 성 소수자 차별을 고발한 두 명의 레즈비언 여성에게 ‘지구를 더럽힌다’(Corruption on Earth)는 죄명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지난 7월 이라크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동 사회는 아직도 동성애를 비도덕적이고 사회윤리를 훼손하는 행위로 바라본다. 구기연 교수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성애 금지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쿠란과 하디스, 성 소수자 차별의 원인

중동 이슬람권에서 동성애가 금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구기연 교수는 “이슬람 법학자가 쿠란 속 룻(Lut)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동성애가 처벌의 대상이 됐다”라고 말했다. 쿠란에서 소돔은 타락한 자들의 도시로 묘사된다. 신은 소돔의 멸망을 결정하기 위해 변장한 천사 둘을 룻의 손님으로 보낸다. 그러나 타락한 남성들은 동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마저 성적 대상으로 삼으려 했고, 결과적으로 소돔은 멸망한다. 고전 법학자들은 룻의 이야기 속 남성들의 행동에 주목해 동성애를 죄악으로 판단했다. 이에 더해, 고전 법학자들은 무함마드의 언행집인 하디스에 남성 간 성교에 관한 처벌 조항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어 동성애 처벌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구 교수는 “앞선 쿠란 속 룻의 이야기에 동성애가 소돔 멸망의 원인이라 명시되지 않았기에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타락한 남성들이 강간을 목표했다는 내용도 쿠란에 남성 간 성교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단어가 없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디스의 많은 내용이 위조됐다는 이슬람 해방 신학 계열 학자들의 비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고전 법학자들의 주장은 다소 편협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중동 이슬람 국가의 법체계는 쿠란과 하디스에 토대를 둔 율법 ‘샤리아’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그렇기에 중동 지역의 일부 국가에서 동성애는 법적으로도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의 일종이다. 일례로 레바논과 시리아, 바레인에서는 동성애를 ‘자연에 반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특히 레바논 형법에서는 ‘자연에 반하는 성교’에 최대 1년의 징역형이 가능함을 명시한다. 요르단은 언론법 중 ‘공익에 반하는 내용은 출판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근거로 자국 내에서 성 소수자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을 금지한다. 심지어 동성애 탄압이 가장 심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경우 동성애는 중범죄로 분류돼 강도 높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성 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적은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것이 팔레스타인 억압을 비가시화하기 위한 ‘핑크워싱’*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인식 변화와 법안 개정 필요해

구기연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이슬람권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대 초기에는 중동이 유럽보다 동성애에 관대했다”라며 서구의 식민 지배 시기를 언급했다. 서구의 식민 지배에서 비롯된 반감이 서구적 타락으로 인식되던 동성애로 전이됐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슬람권이 동성애에 가지는 반감이 ‘왜곡된 정치화’의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실질적인 해결책은 성 소수자 관련 법안 개정”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강연을 마치며 “법안 개정은 성 소수자가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동의 성 소수자가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니라 한 명의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그날까지 중동에서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아시아의 성 소수자를 조명하는 이번 특별 강연은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며, 동아시아에 한정되던 국내의 성 소수자 담론을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물리적인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는 곧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지리적 차이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의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터전을 ‘우리를 위한 공간’으로 여길 그날이 기다려진다.

 

*핑크워싱(Pinkwashing):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핑크색과 회칠을 한다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 합쳐진 단어로, 성 소수자 인권이나 그들의 다양성을 상업적·정치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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