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 인선 난항과 국가교육위원회의 ‘지각 출범’으로 여러 교육정책이 표류하는 중이다. 2024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 문서인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도 행정예고 및 교육과정심의회에서의 검토를 실시하기로 예정돼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 역시 내년 상반기 마련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교육정책의 근본 방향을 바꿀 중요한 정책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전반적인 교육 거버넌스는 혼란에 빠져 있다. 

올해 말까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 및 의결하고, 대입 제도 개편도 주도적으로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는 여전히 자리 잡히지 않은 모양새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는 기존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와는 달리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학제, 교원 정책, 대입 정책,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위원 구성과 직제 마련이 늦어져 계획했던 일정보다 두 달 늦게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에는 여전히 교원 단체 추천 위원 자리가 공석이다. 게다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된 국민참여위원회가 언제 열리는지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아직 제대로 기틀이 마련되지도 않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말까지 교육과정을 제대로 심의하고 내실 있는 국민참여위원회를 진행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이 미비한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초정파적 기구로서 부여된 역할을 망각하고 교육부의 자문 기관으로 축소될까 우려스럽다.

개정 교육과정과 연관돼 논의돼야 할 대입제도 개편은 논의마저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대입제도 개편은 교육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지난 8월 30일 대입정책자문회의가 첫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학생·학부모 대상 의견 수렴은 개시되지도 않았다. 정책 연구를 위한 연구진 공모 절차도 아직 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가 충분한 소통 없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박순애 교육부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신임 장관 인선이 계속 미뤄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정책은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면밀히 조율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준비해야 하는 ‘백년대계’다. 백년대계를 꾸려야 할 교육 거버넌스의 핵심 주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책 결정 시점만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한 안에 숙의를 거쳐 ‘2022 개정 교육과정안’과 ‘2028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완성할 가능성도 요원해 보인다. 교육부는 인선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대입 개편안 정책 연구 및 국민 의견 수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또한 개정 교육과정안 심의 및 의결의 방식과 국민참여위원회 운영 계획을 구체화하며 교육부와 구별되는 역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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