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시진핑의 3연임이 의미하는 바를 쫓아

지난달 22일 중국공산당(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되고 차기 공산당 지도부가 구성됐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의 독재라며 비난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의 3연임과 공산당 권력 구조의 면면을 속속들이 살펴 봤다.

⃟시진핑 3연임의 배경은=이번 20차 당 대회는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국가 주석은 명예직인 반면, 공산당 총서기를 역임하는 경우 실권과 명예를 동시에 쥐게 된다. 또한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 주석 3연임 제한의 제도적 장애물까지 사라진 상황이므로, 내년 결정될 차기 국가 주석도 시 주석이 연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기에는 공산당이 10년 주기로 총서기를 교체해 이전 정부의 정책을 보완하는 모습을 지속해 왔지만, 이번에는 ‘당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측면에서 3연임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을 상당한 위기로 판단하고 시 주석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내부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조영남 교수(국제대학원)는 “공산당은 시진핑 주석이 신시대* 10년 동안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고, 중국이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려면 강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놨다”라며 “시 주석의 실제 업적 달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산당이 이를 공식화해 연임의 주된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진공 교수(중어중문학과)는 “공산당은 신시대 이후 괄목할 만한 업적이 크게 없었지만, 대내외적 위기 때문에 지도부를 교체하는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단 지도 체제에서 1인 영도 체제로?=이번 당 대회는 시진핑 주석의 총서기 3연임을 확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공산당 지도부 구성의 세력 균형 관행을 깨트렸다는 것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모두 시 주석 관련 세력이고, 후진타오계 인사들이 대다수 지도부에서 탈락해 시 주석의 권력을 견제하기 어려워졌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시진핑계 세력만으로 구성한 점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조영남 교수는 “시진핑계 세력은 이전의 공산당 파벌과는 달리 여러 집단의 혼합으로 중국 통치 엘리트의 다수를 흡수했다”라며 “덕분에 시진핑의 권력 기반은 매우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평했다. 강준영 교수(한국외대 중국어통번역학과)는 “자신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시 주석은 다른 계파와의 불안한 동거보다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친정 세력이 더 필요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지도부 구성은 집단 지도 체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실질적으로 1인 영도 체제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1인 영도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조영남 교수는 “그는 총서기이지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이 아니다”라며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이 가졌던 권력만큼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평했다.

⃟시진핑의 리더십과 중국의 미래=시진핑 주석은 경제적으로는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외교적으로는 ‘도광양회’*를 벗어나 중국의 힘을 세계적으로 투사하는 ‘중국몽’의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향후 5년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할 것을 천명했다. 사회주의 현대화란 중국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공산당이 이끄는 현대화다. 이에 이정남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는 “공산당의 비전을 장기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이뤄진 3연임은 과거로의 회귀일 뿐”이라며 “사회주의 현대화 역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분명치 않은 비전”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의 통치는 우상화를 통한 권력의 정당화보다는 강력한 규율과 사상의 ‘레닌주의 정당’에 기반한다. 이정남 교수는 “레닌주의 정당이란 당이 국가의 부상을 이끌겠다는 전위 정당*을 의미한다”라며 “인치(人治)나 개인 숭배 방식에 제기될 수 있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그가 과거 마오쩌둥처럼 절대 권력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김진공 교수는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표현인 ‘시진핑 사상’ △‘인민의 영수’라는 호칭 △‘두 개의 확립’(两个确立)이라는 표현이 당헌에 실제로 명기되지 않은 점을 통해 공산당이 시 주석으로의 완전한 권력 집중은 반대한 것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돼 견제와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라 예측한다. 이정남 교수는 “이번 당 대회 이후로 원로의 정치 개입이 어려워져 엘리트 간 견제나 균형이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안보연구소 김한권 교수는 “충성 경쟁이 일어나 기울어진 정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략적 오판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주석의 총서기 3연임이 어떤 중국을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시대: 2012년부터 시작된 시진핑 주석의 집권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 1982년 덩샤오핑 시대에 폐지된 직책으로, 당헌상 총서기보다 강력한 권력을 누린다.

*도광양회: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의 대외 정책을 일컫는 용어.

*전위 정당: 사회 변혁과 혁명을 위해 대중을 선도해야 하는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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