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회에서 유연한 학사 구조 논의돼

 

지난 4일(금) 중앙도서관 관정관 3층 양두석홀에서 2022년 교육위원회 발표회가 열렸다. 교육위원회는 대학 교육 활동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매년 5~6회 개최된다. 이번 발표회의 주제는 ‘유연한 학사 구조와 교육 혁신’으로, 특히 무전공 제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교육위원회 공동위원장 홍기현 교수(경제학부)의 학과 중심 교육의 장단점 진단으로 시작됐다. 홍 교수는 학과 중심 교육이 “전문가 양성과 학문 공동체 유지에 효과적”이라면서도 “사회적 수요와 배출 인력 간 불일치 해소와 새로운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에 부적합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대는 그간 △타 학과 전공 교육 기회 확대 △융·복합 강좌 개발 △융합적 학사 조직 신설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홍 교수는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학과 기반의 제도하에서 이뤄졌기에 여전히 한계가 있고 혁신의 속도도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발표가 끝난 후 유연한 학사 구조 전환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자유전공학부 양일모 학부장(자유전공학부) △노유선 교수(생명과학부) △인문대 강창우 학장(독어독문학과) △김지은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과·18)이 참여했다. 토론자 전원은 혁신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그 방향성에는 이견을 보였다. 양일모 학부장은 “중국 베이징대의 자유전공학부인 위안페이 학원은 크게 성장했고, 카이스트와 유니스트 등 여러 대학도 무전공·무학과 제도를 도입 추진 및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유선 교수는 “지금이라도 유연한 학사 구조로 효과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창우 학장은 “인문대에서 광역 모집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검토하기를 바란다”라며 △특정 학과에 대한 쏠림 현상 △광역생 교육 및 관리의 어려움 △광역생이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강 학장은 “부작용을 면밀히 조사하고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전공 제도에 대한 토론자들의 의견 공유도 이뤄졌다. 양일모 학부장은 “무전공 제도 시행 시 학생은 해당 학문을 좋아해서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라며 “교수는 면담 등을 통해 학생의 전공 선택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은 총학생회장 역시 “학생이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 상태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기초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유선 교수는 “학과 단위로 분절된 교육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학과에서 공유될 수 있는 교과목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토론자들은 무전공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추가 입장을 밝혔다. 노유선 교수는 “무전공은 자유전공학부와 취지가 매우 유사하기에 나중에는 두 체계를 병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신입생의 20~30%가 무전공으로 입학할 경우 현 자유전공학부 체계에서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세대나 성균관대의 학부 대학과 같이 더 큰 학사 단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양일모 학부장은 “자유전공학부의 10여 년간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강창우 학장은 교육위원회에서 제시한 개선안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토론에서 예시로 언급된 미국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기초 학문 교육을 담당하는 학부와 전공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원의 역할이 잘 구분돼 있다”라며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일부 해외 대학의 사례를 단순 반영하기보다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서울대에 필요한 것이 전공 학과 및 단과대 간의 ‘장벽 없애기’인지 ‘장벽 낮추기’인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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