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이륜차 소음 규제 강화

야심한 밤 잠을 깨우는 엔진 소리가 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윤정연 씨(언어학과·21)는 “야심한 시간대에 큰 소음을 내는 오토바이는 수면이나 공부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일반적인 이륜차 배기음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크고 특이한 소리는 달갑지 않은 존재감을 강렬히 드러낸다. 최근 환경부는 이와 같은 이륜차의 배기 소음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고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고시가 이륜차 배기 소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코앞에 다가온 이륜차 소음 규제

환경부는 지난 2일(수)부터 95dB(데시벨)이상의 소음을 유발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지정했다. 소음방지장치가 비정상이거나 음향 장치를 부착해 운행하는 이륜차는 기존에도 이동소음원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이번 고시로 특정 데시벨 이상의 ‘고소음 이륜차’를 제한 대상으로 추가한 것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이동소음원의 사용을 제한하는 지역을 지정할 수 있고, 이번 고시에는 이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소음 피해는 물론 이륜차의 과도한 소음 증폭 개조 사례도 감소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차후에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소음·진동관리법의 개정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륜차로 인한 소음 피해가 심해져 민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 단속 결과 소음기 개조가 이륜차 불법 튜닝 항목에서 54.8%를 차지했고, 이는 이륜차의 ‘자동차관리법’ 위반 전체 적발 건수의 20.8%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 박태호 박사는 “이륜차는 일반적인 승용차와 달리 엔진이 외부에 노출돼 있어 상대적으로 엔진 소음이 크다”라며 “최근에는 소음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 다음 날 생활에 차질을 빚는 사례와 같이 소음이 삶의 질 전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 효과적인 단속 방법 필요해

이륜차의 배기 소음 문제는 현재 경찰, 한국교통안전공단, 지자체가 함께 담당하고 있으며, 정기 단속과 국민의 신고로 처리된다. 이륜차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은 직접 경찰서나 지자체에 방문해 신고할 수 있으며,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와 ‘국민신문고’ 등의 사이트에 접속해 시정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이륜차의 불법 장치나 번호판이 명확히 보이는 사진을 첨부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신고하면 담당 부서가 당사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라며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합동 단속 역시 1년에 4번 이상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륜차 단속이 마냥 순탄치는 않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단속 현장에서 이륜차의 불법 장치 부착 여부가 즉시 파악되면 조처를 할 수 있으나, 파악이 불가할 때는 그러기 어렵다”라며 “기동성이 좋은 이륜차가 도주하는 것을 쫓다 시민에게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무리하게 단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이륜차가 일시적으로 소음을 크게 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리면 현장 단속은 사실상 불가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 이윤호 본부장은 “전면 번호판을 도입하거나 후면 번호판의 규격을 키워 가시성을 높이고 이륜차의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더욱 쉽게 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박무혁 교수는 “이륜차는 무인 단속 장비를 피하기 쉬워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식이 효과적일지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제도적 한계도 있다. 박 교수는 “이륜차 소음 단속의 책임과 권한이 세 기관에 분산돼 있어 다른 생활 민원을 처리하는 것보다 더 큰 비용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신고 영상을 게시하는 유튜버 ‘딸배헌터’ 역시 “이륜차 소음 측정 권한은 지자체에 있고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은 경찰에 있기에 합동 단속이 아니라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이륜차 배기 소음 측정은 이륜차가 엔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주행 상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배기음이 낮은 정차 상태에서 이뤄진다”라며 “실질적인 소음 완화를 위해서는 데시벨 수치를 낮추기보다는 단속 방법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소음 없는 밤을 기약하며

이에 일부 국가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배기 소음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도입했다. 박태호 박사는 “프랑스 파리 등에서는 ‘노이즈 카메라’를 이용해 움직이는 자동차의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라며 “한국도 소음 측정 및 관리 수단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아파트·동·층수별 소음 정도를 세부적으로 파악한 후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정책을 세울 수 있다”라며 “데시벨이라는 물리적 단위에 국한되지 않는 사람 중심의 소음 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륜차 소음 단속 강화 조치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이호근 교수(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는 “우리보다 개인 권리를 중시하는 캐나다에서도 ‘환경은 인권에 우선한다’라는 정책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라며 “소음도 공해의 일종이므로 국민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역시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은 이륜차 제도를 정비하고 소음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궁극적으로 배기 소음의 차원을 넘어선 이륜차 제도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고시를 시작으로 배기 소음이 없는 평온한 밤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이동소음원: 이동 소음의 원인을 일으키는 기계 및 기구. 영업용 확성기, 행락객 음향 기기 등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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