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의류학과 박주연 교수

지난달 29일 박주연 교수(의류학과)는 ‘웨어러블 인간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사회에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국내 교수 최초로 국제의류학회(ITAA) 중견우수학자상을 수상했다. 이는 국제의류학회에서 해마다 뛰어난 연구 업적을 이룬 교수 1명에게만 수상하는 명예로운 상이다. ‘옷은 입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당연한 논리에서 출발한 ‘웨어러블 인간공학’은 의류학과는 전혀 다른 재활, 운동 등의 분야에 의류학 개념을 적용해 새로운 형태의 의류를 만들어 낸다.

 

▲인터뷰 중인 박주연 교수.
▲인터뷰 중인 박주연 교수.

 

웨어러블 인간공학의 첫걸음

웨어러블 인간공학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주연 교수는 “효과적인 기술로 의류를 만들더라도 막상 사람이 착용하면 여러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라며 어떻게 하면 공학기술과 ‘편히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접목시킬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이 고민의 결과 웨어러블 인간공학이 탄생했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웨어러블 의류로 ‘보행 보조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를 소개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기존의 신발은 사람이 착용해 실험하는 경우 피부에 많은 상처가 나 신기 어려웠다. 보행 보조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는 이를 보완해 기술과 착용성 및 안정성을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이 신발은 신발 깔창을 분리해 유연성을 높이고, 발목에서 발볼까지 터널 형태로 스프링 탄성체를 삽입해 족저근막염*과 같은 부상의 위험을 줄였다. 또한 발 아치의 탄성을 강화해 달리기의 효율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공학 기술을 의류에 적용할 때 생기는 웨어러빌리티*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웨어러블 인간공학은 다양한 연구팀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보행 보조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는 박주연 교수 연구팀과 조규진 교수(기계공학부) 연구팀이 협업해 제작했다. 두 연구팀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의 신발 △조규진 교수 연구팀에서 제작한 신발 △박 교수 연구팀에서 제작한 신발을 각각 신고 달려본 결과, 박 교수 연구팀의 신발이 달리기 효율을 26% 향상시키며 가장 좋은 결과치를 보여줬다. 이 기술은 앞으로 러닝화 형태로도 상용화돼 보행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를 착용해 실험하고 있다.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를 착용해 실험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보행 보조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
▲박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보행 보조 웨어러블 스마트 슈즈.

 

모두가 함께 만드는 웨어러블 의류

웨어러블 인간공학의 모든 연구는 ‘인간 중심 디자인’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웨어러블 인간공학은 기술, 신체, 디자인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보며 사용자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토의의 과정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사용자의 삶에 맞는 맞춤형 기술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연구의 기반이 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의견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연구팀 내에서의 회의 과정도 중요하다. 이에 박 교수는 “옷을 만드는 시간보다 같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주연 교수는 안성훈 교수(기계공학부) 연구실과 협업해 편마비 장애 환자를 위한 장갑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장갑은 손을 펴주는 기능이 있어 손 말림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편마비 환자의 자가 재활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 장갑 제작 과정에서는 편마비 장애 환자들과 1년 동안 끊임없이 소통해야 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간적인 유대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처음에는 어떤 의견을 제시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데, 요즘은 마치 전문가처럼 자세히 의견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편마비 환자의 손 말림 재활 치료를 위한 스마트 장갑.
▲편마비 환자의 손 말림 재활 치료를 위한 스마트 장갑.

앞으로 마주할 첨단 의류

현재 박 교수 연구팀에서는 첨단 기술을 의류에 접목해 △스마트 슈즈와 재활 장갑처럼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소프트 로봇 △전투력을 향상하는 군복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방호복 △운동 기능을 향상해주는 스포츠 웨어 등을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의 제안으로 여러 연구진과 협업해 ‘7초에 100m를 뛰게 하는 슈트’를 제작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웨어러블 의류는 박주연 교수의 연구팀이 유일하게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사실 누구도 거쳐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모두가 불안하다”라며 “그럼에도 매 순간 주어지는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 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그 시간이 쌓여 웨어러블 인간공학이라는 하나의 분야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족저근막염: 장시간 서 있거나 과도한 운동 등의 이유로 뒤꿈치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

*웨어러빌리티(wearablility): 의복의 입기 편한 정도.

사진: 안선제 기자 sunje1021@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