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2022 미국 중간 선거

임기 중반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가지는 미국 중간 선거가 현지 시각 8일(화) 치러졌다. 이번 선거로 미국 상원 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 의원 435명 전원, 그리고 주지사 50명 중 36명이 결정된다. 어려운 미국 경제 상황에서 유권자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표를 던졌다.

중간 선거 결과 전반을 분석하다

선거 전, 여론 조사와 언론 보도는 이번 중간 선거에 레드 웨이브*가 강하게 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서정건 교수(경희대 정치외교학과)는 “40년만에 마주한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유권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자동차 유류비도 대폭 상승했다”라며 “10년마다 이뤄지는 인구 조사 기반 선거구 재획정도 공화당에게 유리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상응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40% 초반에 불과했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그러나 정작 투표함을 열어보니, 예측을 깨고 민주당이 선전했다. 하상응 교수는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하원 선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크지 않아 민주당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조지아 주의 상원 의원 결선 투표가 남아있긴 하지만, 민주당이 의석을 잃는다고 해도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하면 상원 다수당은 여전히 민주당”이라고 짚었다. 서정건 교수도 “인플레이션이나 유류비, 범죄율과 불법 이민 등으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엄격한 중간 평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바이든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를 가른 반전

이변의 주역은 경합주의 표심이었다. 하상응 교수는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조지아·애리조나 주 5개 경합주 중 대부분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애리조나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는 지난 대선 당시 부정 선거 논란이 거세게 일었기에 민주당의 승리는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서정건 교수는 “경합주나 경합 지역구에서 투표율이 비교적 높았던 무당파층과 청년층이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했다”라며 공화당이 고전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경합주에서 패배한 공화당 후보들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지지 선언을 했던 이들이었다. 하상응 교수는 이것이 결국 반(反)트럼프 움직임의 결과라고 판단했다. 하 교수는 “해당 후보들은 트럼프의 다음 대선 복귀를 위해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피력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다”라며 “트럼프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고, 공화당 내 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정건 교수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바이든의 지원 유세 연설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의 존재가 공화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선거를 좌지우지해 온 경제 이슈는 어땠을까. 서정건 교수는 “이번 선거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인플레이션도 뚫지 못할 만큼 심각해졌음을 입증했다”라며 “경제나 민생 부분에서는 양극화를 넘어선 심판이 철저히 이뤄졌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상응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민주당이 패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하향세로 접어들었고, 이에 유권자가 어느 정도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이 현안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사회적 문제가 경제 문제를 압도한 데는 바이든 정부의 2년의 성과와 공화당 선거 전략 실패의 영향도 있었다. 하상응 교수는 “공화당의 선거 전략에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로 민주당에게 주효했다”라며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 실정보다 2020년 부정 선거에 방점을 찍었던 것, 지난 6월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과 관련한 보수 성향 판결에 대한 부정적 민심이 생각보다 잦아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바이든 정부 2년 동안 이뤄진 굵직한 입법이 민생과 관련 있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라고 밝혔다.

선거 이후, 바이든 정부

그럼에도 공화당은 하원에서 218석을 차지해 다수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상응 교수와 서정건 교수는 법이 통과되려면 양원에서 통과돼야 하므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더라도 원활한 입법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하상응 교수는 “상원에서만 열리는 인사 청문회의 주도권은 민주당이 갖게 되므로 앞으로 바이든이 임명할 연방의 고등·지방법원 법관의 청문회는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며 “의석 차가 크지 않기에 바이든 정부는 공화당 의원 몇 명을 설득해 정상적인 입법을 해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의 향후 2년은 어떻게 전개될까. 서정건 교수는 “하원에서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에 대한 조사 위원회를 계속 가동할 것이고 대통령은 이에 맞서 외교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상응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사회 인프라와 환경, 기술·안보 관련 입법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평했다. 그는 “교육과 저소득층 보호 관련 입법이 부족했기에 이 분야에서 업적을 내려 할 것”이라며 “공화당의 미온적 태도로 입법이 원활치 않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 명령을 발효해 앞으로의 2년을 운영할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레드 웨이브(Red Wave): 붉은색을 상징으로 삼는 공화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의회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결수가 동일한 경우 상원 의장이 행사하는 결정권. 헌법에 의해 부통령은 상원 의장을 겸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