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급락하는 학군단 지원율

대한민국 육군은 4년제 대학 110곳에서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 ROTC)을 운영하고 있다. 학군단은 초급장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다. 학군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된 학생은 2학년 겨울방학부터 4학년까지 학군단에서 군사훈련과 군사학 교육을 받고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다. 과거 학군단은 대학생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최근 지원율이 급격히 감소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는 당초 예정됐던 모집 기간을 한 달이나 연장하기도 했다.

◇학군단의 위기, 인력 수급 난관=보통 소위, 중위, 대위를 지칭하는 초급장교는 군의 중추로 불린다. 이들은 장교로서 병사를 일선에서 교육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5,000여 명의 신규 임관 소위 중 학군단을 통해 임관하는 학군장교의 비율은 70% 수준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학군장교가 없으면 군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학군단이 최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6.1대 1이었던 학군단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5대 1,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로 해마다 줄더니 지난해에는 2.6대 1까지 떨어지며 단기간에 반 넘게 하락했다. 창설 직후인 1963년 528명이 임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던 서울대 학군단은 올해 단 9명의 후보생만이 임관했다. 

이는 학생들의 학군단 선호 감소가 드러난 결과다. 서울대 학군단 김용혁 선임교관은 “과거에 비해 학군단에 지원하는 후보생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절대적인 경쟁률도 많이 줄었고 임관 전에 포기하는 후보생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원자 감소, 대학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학군단 운용이 힘들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폐지되는 사례도 있다. 2011년 5개의 교대 학군단에 이어 지난해에는 춘천교대 학군단이 폐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기의 원인, 긴 복무 기간과 낮은 장기 복무 선발률=학군단 위기의 가장 주된 원인은 병사 복무 기간의 변화에 있다. 육군 병사의 복무 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현재 무려 절반인 18개월로 감소한 반면 학군단의 의무복무기간 28개월은 변화가 없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군단 후보생 박병현 씨(영어영문학과·19)는 “병사에 비해 너무 긴 복무 기간이 대학생이 학군단에 지원하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라며 “사명감만으로 복무를 희망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학군단 후보생 김규민 씨(서울교대 미술교육과·20)는 “임용이나 취업 등 현실을 고려할 때 학군단 활동 병행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다”라는 점을 기피 원인으로 꼽았다. 학군단 의무 복무 기간 단축은 이전에도 논의된 바 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학군장교 복무 기간을 4개월 단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로 단축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단순히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학군단 후보생도 낮은 장기 선발률과 계급 정년제라는 걸림돌에 마주친다. 28개월 복무를 마친 학군장교는 최대 4년까지 연장 복무를 신청할 수 있고 추가로 장기 복무 심사에서 합격할 경우 사관학교 출신 장교와 마찬가지로 정년이 보장된다. 장기 복무에 선발되지 못할 경우 단기 복무로 전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 복무에 선발되더라도 군의 ‘계급 정년제’ 탓에 진급에 실패할 경우 그대로 전역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특정 계급에서 정해진 기간 내에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이 강제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군 인사제도는 우수한 초급장교의 획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계급 구조의 개편 필요=결국 학군단, 나아가 초급장교의 원활한 모집을 위해선 앞서 제기된 복무 기간 문제와 낮은 장기 복무 기회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방부 국방개혁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최병욱 교수(상명대 국가안보학과)는 군의 매력 증진, 궁극적으로는 계급 구조 개편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학군장교의 복무 기간을 단순히 줄이는 방안은, 이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임관하는 초급장교 수가 늘어야 하므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이에 최 교수는 “군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젊은 층이 군 복무에 가치를 느끼고 지원하고 싶을 정도로 군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유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선호를 고려할 때, 경직돼 있다고 느껴지는 군 문화하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의미다. 

이어서 최 교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 복무 지원을 늘리는 ‘소수 획득-장기 활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학군장교가 원한다면 장기 복무로 전환되는 시스템으로, 지금처럼 초급장교를 단기 복무 자원으로만 다수 모집하고 단기간에 내보내는 방식과 달리 소수 정예의 인원을 모집하고 이들을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곧 기존 군 계급 구조를 피라미드형에서 원통형으로 전환하자는 말이다. 장교로 임관할 시 안정적으로 장기 복무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모집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될 것이다.

초급장교 지원율 하락은 이미 이전부터 예견된 문제이자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 확실시되는 ‘현재’의 문제다. 정책적인 변화가 없다면 급감하는 초급장교 지원율은 해결되기 힘들다. 국방부가 근시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계급 구조 개편을 포함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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