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스누비(SNU-BI) 팀을 만나다

스누비(SNU-BI)는 김준오 씨·박예솔 씨·윤혜정 씨(인공지능 연합전공 석박사통합과정)와 유영재 씨(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 4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의 ‘2022년 국제로봇 콘테스트 및 R-BIZ Challenge’(로봇 사업화 아이디어 경진대회)의 ‘제우스 산업용 로봇 ZERO 미션 챌린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수업에서 시작한 인공지능 로봇 연구

스누비 팀은 곽노준 교수(지능정보융합학과)의 ‘창의 자율 인공지능 연구 1’ 수업을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수업은 학생이 자율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 제안서 심사에 통과할 경우 연구비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윤혜정 씨는 “수업을 들으며 인공지능으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동기를 얻어 우리의 관심사와 가장 잘 맞는 제우스 산업용 로봇 ZERO 미션 챌린지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스누비 팀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계산대에서 착안해 ‘인공지능 셀프 계산대’를 제안했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어나는 인명 사고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스누비 팀의 첫 번째 목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을 무인화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로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그들은 인공지능 셀프 계산대가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취약 계층의 불편도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인공지능 셀프 계산 시스템의 구현

인공지능 셀프 계산대는 인공지능 로봇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회원 정보를 파악하고, 계산 시스템을 실행해 결제가 완료되면 물건이 담긴 장바구니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스누비 팀은 디지털 기기 사용 역량이 부족한 사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음성 인식 모델을 사용했다. 또한 셀프 계산대가 실행되게끔 몇 가지 물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로봇이 사용자가 구매한 물체를 장바구니로 옮기기 위해서는 집게 모양의 ‘그리퍼’(gripper)가 필요한데, 그리퍼가 물체를 집으려면 그 형태를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누비 팀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미지 간 유사성을 비교한 후 상품을 식별하는 ‘이미지 특정 비교 알고리즘’을 개발해, 한두 장만 촬영해도 인공지능 로봇이 물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회에서 제공된 그리퍼는 그 길이가 5cm 정도로 다양한 물체를 옮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스누비 팀은 커스텀* 그리퍼를 모델링하고 3D 프린팅하는 방식으로 직접 제작했다. 유영재 씨는 “우리 팀이 기계공학 전공은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를 7번 정도 반복한 후에야 3D 프린터를 이용한 최종 모델을 제작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인공지능 셀프 계산대에는 참신한 기능도 있다. 계란처럼 손상되기 쉬운 물건이 인식되면 로봇은 이를 예외로 처리해 옆에 뒀다가 마지막에 장바구니에 넣는다. 또한 유통 기한이 지난 물품이 있으면 자동으로 수거함에 폐기한다. 폐기 물품 처리는 전자 산업 기업 ‘제우스’(Zeus)의 특허 기술인 ‘패스 스루’(pass‒through) 동작을 활용했다. 이 기술은 관절의 회전 없이 작업물을 반대편으로 이송해 이동 시에 불필요한 선회 동작을 제거할 수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여전히 남은 아쉬움, 그리고 남은 과제들

스누비 팀은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기계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유영재 씨는 “현재의 그리퍼로는 물류 센터에서의 큰 물체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진공 시스템으로 물체를 흡착해 옮길 수 있는 그리퍼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대회는 사업성을 중점에 두고 있기에 설치 비용이 비싼 3D 카메라보다는 2D 카메라를 사용하도록 제약을 뒀다. 스누비 팀은 “3D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둘 이상의 물체가 겹쳐 있어도 모두 파악할 수 있어 훨씬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의 기술 자원을 모두 금지하는 대회 규정이 있어 필요한 기술과 시스템을 모두 스누비 팀에서 직접 개발해야 했다.

위와 같은 한계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누비 팀의 인공지능 셀프 계산대는 계산의 편의성, 인건비의 절약을 통한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의의가 있다. 스누비 팀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택배 상하차와 같은 물류 산업이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는 재활용 산업 등 다양한 무인 산업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봇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측면에서의 검증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들은 로봇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속도를 10배나 높여 벽을 부술 뻔한 상황을 경험했다며 “안전성만 검증되면 인공지능 셀프 계산대도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니라고 믿는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이터셋(data set):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된 데이터의 집합체.

*커스텀: 물건을 개인이나 집단의 필요성에 맞춰 개량하거나 변경한 물건.

 

구주원 기자 rnwndnjs0302@snu.ac.kr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 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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