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학내 스포츠 동아리 별책부록 ④

공부만 하기에는 우리의 청춘이 아깝다! 대학 생활에 특별함을 불어넣으려는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신문』은 학생이 주체적으로 조직하고 활동하는 스포츠 모임 현장을 따라가 봤다.

 

빙판을 가르며 꽃피는 피겨 스케이팅


세계를 감동시킨 김연아 선수부터 차준환 선수, 2022-2023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예림 선수까지. ‘피겨 불모지’ 대한민국은 이제 옛말인 듯하다. 별도의 빙상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운 서울대에서 설유회는 피겨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경로다. 지난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설유회는 어느덧 100명가량의 회원을 보유한 큰 규모로 성장해, 이제는 중앙동아리 신청까지 앞두고 있다. 회장인 정다인 씨(디자인과·21)는 “이전부터 빙상 동아리 창설을 준비하던 몇 분이 합류해 주시며 수월하게 설유회 운영을 준비했다”라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설유회는 매주 화요일 제니스 아이스 링크 강습과 입문자를 위한 롯데월드 아이스 링크 강습을 제공한다. 우송원 코치(체육교육과 석사과정)는 중학생 시절까지 피겨 선수로 활동한 뒤 현재 아마추어 피겨 강습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개인 유튜브 ‘우다흰’ 채널에 게시된 피겨 레슨 영상을 보고 설유회에서 요청이 왔다”라고 강습 계기를 밝혔다. 우 씨는 “숙련도와 학습 속도에 따라 상급반과 초급반을 나누지만 두 반 모두 스텝, 스핀, 점프를 골고루 가르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준혁 씨(수리과학부·22)는 “코치님께서 모든 회원의 이름과 진도를 다 외우셨다”라며 밝고 유쾌한 그의 가르침에 만족감을 보였다.

피겨는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가진, 기술과 예술성이 조화롭게 접목된 스포츠다. 오지헌 씨(지구환경과학부·21)는 “피겨 기술은 쿼드러플 악셀처럼 끝없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자극을 주는 스포츠”라고 전했다. 최예진 씨(의류학과·18)는 “코어 힘이나 상당한 근력이 요구되는 편”이라면서도 “무용적인 요소도 적절히 배합돼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이동천 씨(수의학과·19)는 “스파이럴과 같이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멋져 보이는 기술을 배울 때 뿌듯하다”라고 답했다. 

나아가 그들은 쇼트 프로그램을 공연할 수 있는 발표회를 본격 논의 중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무관중으로 약식 발표회를 열었던 정다인 씨는 “성인이 된 이래로 자신만의 무대를 가져 보는 경험이 흔치 않다”라며 “2분 동안 아이스 링크를 온전히 쓰며 선보이고 싶은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 벅차올랐다”라며 당시의 감회를 밝혔다. 이준혁 씨는 “남자다 보니 피겨를 한다고 할 때 궁금해 하는 지인들이 많아, 멋진 점프가 들어간 정식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구기 종목을 섭렵한 그녀들


‘스누파’(SNUPA)는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30분에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개설된 여자 스포츠 소모임이다. 스누파는 매주 다른 구기 종목을 체육교육과 학부생에게 배운다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창립 회장인 이채영 씨(체육교육과·21)는 “다양한 구기 종목을 고루 배울 수 있는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혼성일 경우 체격이나 운동 능력의 차이로 운영이 어렵겠다는 생각에 여자 운동부를 조직했다”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작명 계기를 묻자 이채영 씨는 그 안에 담긴 다의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스누파가 ‘SNU Physical Activity’(신체 활동)의 줄임말로 시작했지만 나아가 스누‘파이팅’(fighting)과 스누파‘이팅’(eating)으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꾸준히 참석하는 ‘열성’ 회원이 많고, 운동이 끝나면 체육문화교육연구동(71-1동) 1층에 위치한 가게의 샐러드를 함께 ‘먹기’ 때문이다.

스누파는 정겨운 학창 시절이 연상되는 모임이었다. 팀을 구별하기 위한 조끼와 체육관식 마루 바닥, 수행평가 때문에 자주 다뤘던 여러 종류의 공은 체육 시간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했다. 이서윤 씨(정치외교학부·19)는 “대학에서 발야구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공을 차니 추억이 떠올라 미묘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회원들이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신체적 능력치도 차원이 다르다”라며 “학생 때와는 또 다른 힘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미진 씨(경제학부·15)는 “약식으로 15분간 진행한 배구 시합에서 오래 본 친구처럼 회원들과 소통하며 경기해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과 높은 자율성은 부원들이 이른 아침에도 체육관을 향하게 하는 동력이다. 김예라 씨(조소과·21)는 “운영진이 체육교육과 출신이라 규칙 설명이 명쾌하고 회원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문예은 씨(산림과학부·21)도 “운영진도 함께 경기에 참여하고 몇몇 종목의 경우 이를 전공하는 다른 체육교육과 지인을 초빙해주시기도 한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채영 씨는 “교직을 희망하는 체육교육과 학생은 전공 지식을 활용하는 경험을 쌓고, 회원들은 일대일 지도를 토대로 운동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주 한 번 진행되는 소모임은 그들의 한 주를 이끄는 활력소기도 하다. 문예은 씨는 “공부는 주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 때때로 지루한데, 스누파에서 매주 새로운 활동을 경험한다는 것이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라고 말했다. 안미진 씨는 “운동이 끝난 후 그날 사용한 공을 들고 찍은 사진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될 때”를 뿌듯한 순간으로 꼽았다. 김도연 씨(노어노문학과·21)는 “과제 등으로 밤낮이 뒤틀린 한 주를 교정하는 기분”이라며 대학에서의 체육 활동을 적극 권했다.

 

발레의 부드러운 선으로부터 단단해지는 내면


‘꽁발’은 발레단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Compagine de ballet’에서 ‘꽁’과 ‘발’이라는 발음을 따와 붙인 이름이다. 창립 부원이자 회장인 최동민 씨(철학과·96·졸)는 “2016년부터 포스코스포츠센터(71-2동)에서 개설된 발레 수업을 수강하며 발레에 관심 있는 학우와 교류할 수 있었다”라며 “2017년 봄부터 학우들이 자주적으로 수업을 구상할 수 있는 발레 모임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매주 일요일 3시간의 발레 강습을 제공하는 꽁발은 내년 1월이면 어느덧 30분기를 맞는다.

수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유연성과 근력을 위한 스트레칭을 한 시간 정도 진행한다. 이후 바를 잡고 기본기를 연습하고, 플로어 중심으로 발레 동작을 학습하는 데 각각 한 시간씩 쓴다. 현역 무용수이자 창립 초기부터 회원들을 가르친 와이즈 발레단 소속 안민영 단원은 “발레는 섬세한 표현의 예술로, 자신과의 싸움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발레의 예상치 못한 난이도에 중도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발레를 취미로 계속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지를 가졌다는 뜻”이라며 꽁발의 열정을 높이 평했다.

오래전부터 역사와 규칙을 정립해 온 발레는 낯설고 어렵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문서진 씨(심리학과·12·졸)는 “초보자에게는 속 근육을 쓴다는 의미가 와닿지 않을뿐더러 발레의 문법을 익히기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발레는 유려한 매력으로 회원을 사로잡았다. 안병후 씨(전기정보공학부·07·졸)는 “강하고 직선적인 느낌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선을 표현하는 발레는 색다른 기분과 도전 정신을 일깨운다”라고 표현했다.

발레의 동작과 루틴을 하나씩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최열매 씨(경제학부·13·졸)는 “근육 하나하나가 생생히 움직임을 느끼며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다”라며 발레의 장점을 꼽았다. 양수연 씨(철학과·18)는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바라보며 자세를 교정해갈 수 있어 즐겁다”라며 “발레 강습을 받을 때마다 한 주를 운동으로 마무리한다는 뿌듯함과 함께, 보람찬 다음 주를 보내겠다는 마음가짐을 되새긴다”라고 밝혔다.

부원들은 이제 자신의 꿈을 발레에 담고 싶다는 포부를 보여줬다. 박지윤 씨(화학생물공학부·21)는 “단체 작품을 준비한다면 ‘백조의 호수’, 단독 무대를 꾸린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 중 ‘에스메랄다 바리에이션’을 준비해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최동민 씨는 “회원 수만 조금 더 확보돼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춘다면 다양한 형태의 강습을 개설할 수 있으리라 기대 중”이라며 “발레의 어원이 ‘춤추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ballare’에서 나온 만큼 춤을 즐기고 싶은 누구나 편히 방문해보시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구민지 기자 grrr02@snu.ac.kr

안선제 기자 sunje1021@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