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울대 속 세계화 어디까지 왔나

 ■ 연재순서
① 인기 편차 심한 서울대
② 외국인 학생 여러분, 잘 살고 계신가요?
③ 한국어·한국학 교육, 갈 길이 멀다

서울대는 지난 10월 21일 시공한 CJ인터내셔널센터를 외국인 학생 업무와 대학 설명회 개최 등 국제화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화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 정책의 질적 내실화를 이루는 데는 아직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 외국인 학생을 위한 행정업무의 국제화 필요

외국인 학생들은 정보화포털이나 수강신청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는 법을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먼 마이어씨(경영학과·교환학생)는 “정보화 포털의 e-class가 영어로 쓰여있지 않아 이해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미국인 학생 리사 위터씨(인문대 기초과정·03)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수강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도와줘야 하는 대학생활문화원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이고 관련 설문조사 실시 등 실태 파악을 위한 노력조차 기울이고 있지 않다. 이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프라비르씨(조선해양공학과·04)는 “서울대가 지한파 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외국인 학생들을 뽑아 놓고 이후의 일은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외협력본부가 한국 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외국인 학생들의 국내 적응을 도와주는 ‘버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긴 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중국인 학생 웨이 쩡씨(언론정보학과·04)는 “버디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많다”며 “버디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숙사 등 생활·복지문제

현재 관악사에 살고 있는 외국인 학생은 약 150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수인 790여명에 비해 매우 적다. 나머지 학생들은 녹두거리나 서울대입구역 부근에서 자취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에게 자취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관악사 측은 입사를 희망하는 외국인 학생이 대부분 들어올 수 있도록 인원 배분을 500여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대외협력본부 공병영 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전용 기숙사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관악사 대표조교 김병재씨(철학과 석사과정)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간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일례로 한 외국인 학생이 기숙사 방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열어 이웃 학생들이 소음을 호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학생이 한국 문화를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 대외협력본부에서 실시하는 신입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과 한 학기에 한 번 기숙사에서 이뤄지는 집단 면담 등은 행정업무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 팀장은 외국인 학생이 겪을 수 있는 문화적 충격에 공감하며 “오리엔테이션 실질화와 함께 매 학기 야외 여행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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