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대회를 찾다

지난 25일(금),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여의대로에서 △급식실 노동자 폐암 문제 해결 △단일 임금 체계 도입 △지방 교육 재정 감축 철회 등을 외치며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조합원 3만 여명은 다음 달에도 지역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하며, 정부와 국회가 이에 화답하지 않으면 2023년 신학기 파업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총파업대회에 참여한 학비노조원들의 모습.
▲총파업대회에 참여한 학비노조원들의 모습.

 

3년 만에 열린 총파업대회

학비노조 박미향 위원장은 총파업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연설에서 “전국의 노조원 분들이 올라오셨지만, 마냥 환영한다는 말만으로 인사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미선, 백승재 부위원장은 각각 급식 노동자의 폐암 문제와 학교 비정규직(학비) 노동자의 임금 및 처우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서 전광판에는 노조를 향한 학비노조 조합원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또한 연단에 올라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도 차별도 없는 세상 꼭 물려줍시다”라고 말하며 총파업대회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이번 총파업대회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진행됐다. 참여자는 학비 노동자를 대우하는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조리실무사로 근무 중인 민 모 씨는 “대화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파업과 농성 없이는 정부와 대화조차 할 수 없다”라며 “이렇게 싸워야만 겨우 변화가 생기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생산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가 아직 우리나라에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비 노동자의 안전과 행복도 당연한 권리임을 학교에서 가르쳐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호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희망을 드러냈다.

 

이들은 왜 다시 모였나

그동안 노조의 주장은 일관적이었지만, 정부의 해결 의지가 부족한 탓에 실제 노동 현장에서의 위험이 방치되고 말았다. 박미향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거듭 주장해 왔음에도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라며 이들이 다시 뜻을 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2019년 진행했던 파업 이후 학비 노동자 처우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3월 창설된 공무직위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무직위원회는 공무직 근로자의 임금 및 처우 개선, 인력 운영 등을 관장하는 위원회다. 그러나 위원회 활동 종료를 앞둔 지금까지, 유의미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현장의 어려움을 포착하기에도 공무직위원회의 역할은 턱없이 부족했다. 조리실무사 곽 모 씨는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후드에서 물이 떨어지는 등 관리가 미흡해 해결을 부탁했음에도 관리자는 전혀 대처하지 않았다”라며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토로했다. 

급식 노동자의 폐암 발병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지난해 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지만, 이는 2018년 이래 5명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야 나온 사후적인 대처일 뿐이다. 아직도 폐암 예방을 위한 노동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곽 모 씨는 “예를 들어 튀김을 요리할 때 나오는 유해 물질은 폐암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메뉴를 편성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민 모 씨는 “설계상 문제로 인해 아무리 좋은 환기 시설을 도입해도 완벽한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환기 시설 개선에 그치지 않고 급식실 설계 자체가 이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오늘의 싸움

학비노조는 이전부터 학비 노동자의 복리 후생이나 복지 등을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올해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제안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박미향 위원장은 임금 표준화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학비 노동자의 사용자인 교육감이 지역마다 달라 임금 및 처우에 지역별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올해 집단 교섭에서 지역별 차별 시정과 단일 임금 체계 도입을 골자로 한 ‘임금 체계 개편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교육청이 거부 의사를 밝혀 결국 조정 신청까지 갔다”라며 “조정 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판정이 내려져 총파업 투쟁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한아영 조직국장은 “정규직은 호봉제*를 적용받는 데 비해 비정규직은 호봉제가 아닌 근속 수당*을 받고 있다”라며 “이런 임금 체계가 단일화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참여자들은 이번 파업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파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학비 노동자를 둘러싼 임금 및 처우 차별 등 구조적 문제는 현세대에 한정되지 않고 이후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비노조 제주지부 한아영 조직국장은 “다른 곳도 아니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오늘의 작은 불편함이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미래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임을 알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조합원들은 생존권과 사회권을 위해 ‘투쟁’하고자 이번 파업대회에 나섰다. 박미향 위원장은 “노동자에게도 파업 결정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며 급식 노동자의 파업 이면에는 급식실의 참담한 근로 환경이 존재함을 이해받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투쟁 없이도 그들의 목소리가 평화롭게 전달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희망한다.

 

*호봉제: 직급이나 연차 등을 기초로 정해지는 급여 체계.

*근속 수당: 근속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

 

사진: 카와하라 사쿠라 기자 

sakusakukki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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