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원유 가격 결정 구조를 취재하다

지난 4일(금)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올해 원유 가격을 리터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유업계에서도 우유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가운데, 유제품의 가격 또한 오르고 있다.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대학신문』이 원유 가격 결정 문제를 살펴봤다.

◇원유 가격의 결정 원리는=국내 원유 가격은 상품 가격이 수요가 아닌 생산 비용에 연동되는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원유가격연동제)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구제역으로 젖소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다. 이는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낙농업의 특성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조치다. 최재섭 교수(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는 “원유는 일반 제조품과 달리 젖소라는 생물에 의해 생산되기에 즉각적인 공급 증대가 불가능하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원유 거래 가격은 생산비 증감액을 바탕으로 유업체와 낙농가 간의 협상을 거쳐 매년 8월 1일에 새로 결정된다. 전상곤 교수(경상국립대 식품자원경제학과)는 “원유가격연동제는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원유 가격이 인상되도록 설계돼,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이는 반영되지 않은 가격으로 공급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낙농가 보호 측면에서는 일면 효과적이지만, 사회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소비자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맹점을 갖는다. 서용구 교수(숙명여대 경영학부)는 “현재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원유 생산 비용과 이에 귀속되는 우유 가격이 함께 상승했으며, 소비자의 체감 물가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승한 우유 가격에 더해, 점점 감소하는 출산율은 우유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우유의 주 소비층인 신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우유에 대한 전반적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줄어드는 수요는 낮은 지불 용의로 연결되나 원유가격연동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유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용의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원유가격연동제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유제품 가격이 사회적 수요와 더욱 괴리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밀크플레이션, 대안은 어디에=수요가 아닌 생산 비용으로 가격을 조절하는 원유가격연동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차등가격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차등가격제는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유제품을 만드는 우유)를 분류해, 현재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음용유는 높은 가격으로 낙농가에 정산하고, 수요가 낮은 가공유는 낮은 가격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차등가격제는 시장 상황과 수요를 함께 고려해 우유 가격을 조절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때 가공유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면 낙농가의 이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가공유를 시장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 가격 경쟁 측면에서 수입 원유에 비해 우위를 지니기에 이 정책이 낙농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농가에서는 여전히 이윤의 감소를 우려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원유 직불제*가 제안되기도 한다. 최재섭 교수는 “차등가격제의 시행으로 낙농가에 돌아가는 이윤이 줄어드는 만큼 정부가 이를 보상해 시장 가격 하락과 낙농가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세금과 추가적인 보조로 가공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재원 확보라는 문제가 있어 장기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가격 책정 제도를 수립하는 과정에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우유는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부터 이를 활용한 빵, 커피 등의 식품까지 그 가공 범위가 매우 넓다. 유제품 가격에는 원유 가격 상승분에 기업이 책정하는 부가가치가 더해진다. 따라서 소비자는 다른 상품에 비해 유제품에서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할 확률이 높다.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돌아가는 몫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높은 가격의 유제품을 소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기에 가격 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 구조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밀크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목해 원유 가격 책정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직불제: 정부가 생산자의 소득 보조를 위해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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