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제62대 총학생회 「자정」을 돌아보다

제61대 총학생회(총학) 「내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등장한 제62대 총학 「자정」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작’과 ‘학교 곳곳에 고여 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정화’를 기조로 내세우며 지난 4월 3일 임기를 시작해 지난달 30일 마침표를 찍었다. 「자정」은 종합교육연구동(220동)에서 마지막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며 정책 자료집에서 제시했던 58개 공약 중 △이행 완료 공약 37개 △수정 이행 공약 4개 △부분 이행 공약 5개 △미이행 공약 12개임을 발표했다. 제63대 총학 「정오」의 임기 시작과 함께 「자정」의 시간이 마무리된 지금, 『대학신문』이 「자정」의 지난 8개월을 되돌아 봤다.

 

다시 뛰는 학생 공동체를 향해

출처: 그래프와 설명 모두 「자정」 정례 브리핑 자료집에서 발췌
출처: 그래프와 설명 모두 「자정」 정례 브리핑 자료집에서 발췌
출처: 그래프와 설명 모두 「자정」 정례 브리핑 자료집에서 발췌
출처: 그래프와 설명 모두 「자정」 정례 브리핑 자료집에서 발췌

◇코로나19 극복에 한걸음 앞으로=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작을 기조로 내세운 「자정」은 대면 전환에 발맞춘 공약을 준비했다. 올해 1학기부터 본부가 전면 대면 수업 방침을 공표했음에도 일부 수업이 여전히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학내에 비대면 수업을 들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자정」은 학내 식당의 미운영 시간에 해당 장소를 비대면 수업 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조의행 부중앙집행위원장(화학교육과·18)은 이와 관련해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6일부터 학생회관 식당 1층과 3식당 4층에 프리토킹존이 마련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죽어가는 대학 문화에 숨을 불어넣으며=「자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겪은 대학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여러 행사를 개최했다. 「자정」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코내기 제대로 놀이터’(코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숙박형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20·21·22학번(코내기)을 위한 행사였다. 8월 28일부터 사흘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진행된 코터는 멘티 약 480명과 멘토 및 스태프 100명이 참여했으며, 참가자들로부터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외에도 「자정」은 △장터 부활 지원 △심야 정기 문화 행사 △버들골 스포츠 행사 단체 응원 등을 기획 및 진행했다.

한편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 불리던 동아리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자정」은 지난 2년간 위축된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동아리 소개제(동소제) 부활 및 지원’과 ‘동아리 원데이 클래스 개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동소제가 2학기에 대면으로 재개됐고 학생들은 동아리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 특정 동아리의 활동을 하루 동안 체험할 수 있었다. 중앙 아카펠라 동아리 ‘인스트루’(Instru) 허원석 전 회장(컴퓨터공학부·21)은 “동소제가 활성화돼 다양한 동아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됐다”라며 “동아리와 비동아리원 모두에게 유익했다”라고 평했다. 

◇생협 직영 식당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코로나19로 인해 생활협동조합(생협) 운영도 어려움을 겪었다. △감골식당(101동) △302동 식당 △제4식당(76동) △전망대 3식당(75-1동) 4층 등 여러 식당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와 관련해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302동 식당의 운영 방식에 대해 공대 학장단과 생협 관계자를 만나 논의했으나 식당 이용자가 바라는 방향성을 조율하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302동 식당의 경우 대학원생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수요까지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며 차기 총학생회에서 해당 부분을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자정」은 학생들이 생협 직영 식당의 식사 질 및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미스테리 쇼퍼’를 진행한 후 평가 결과를 생협 측에 전달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교통 복지의 향상을 꾀하다=「자정」은 전면 대면 수업 진행에 따라 교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학내 교통 편의 개선’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5511 버스 노선에 해당하는 정류장에 정차하는 좌회전 셔틀버스(셔틀) 도입이 진행됐다. 정례 브리핑에서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좌회전 셔틀의 시범 운행을 진행한 후 캠퍼스관리과와의 면담을 통해 정규 편성을 요청했다”라며 “내년 1학기부터 좌회전 셔틀이 정규 도입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차기 학생회에서 좌회전 셔틀 배차 간격과 서울대입구역 정류장 환경 개선 등의 의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광역 셔틀의 시범 운행도 진행됐다. 수도권 광역 셔틀은 코로나19와 총학의 부재 등 여러 문제가 맞물려 2020년부터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자정」은 적자가 발생하던 기존 구조를 수정해 10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분당 지역의 광역 셔틀을 시범 운영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 본부가 장기적으로 수도권 광역 셔틀 운영을 보조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김 전 총학생회장은 “총장 최종후보자에게 수도권 광역 셔틀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으며 본부로부터 사업비를 보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한 장기적 의제들

◇「정오」로 이어지는 교육 공약=「자정」의 교육 공약 중에서는 이행 완료되지 못하고 다음 총학으로까지 이어지는 주요 공약이 존재한다. 이에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지난 9월 정례 브리핑에서 “교육 공약은 협의 과정이 복잡해 장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본부와의 교섭에 기반해 이행해야 하는 공약의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긴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공약 장기화의 이유를 소명했다.

대표적으로 많은 학생의 지지를 받은 핵심 공약인 ‘GPA 산정 기준 변경 및 소급 적용’은 결국 부분 이행으로 마무리 됐다. 「자정」에 따르면 해당 공약은 이번달 학사운영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해 의견 조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규정 개정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이 있기에 예상보다 늦어진 부분도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공약인 ‘기초 교양 및 교양 실험 과목 등 S/U(급락제) 전환’도 미이행으로 끝났다. 「자정」은 해당 공약을 임기 말에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후속 대처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정」은 S/U 전환이 서울대 교육 체계에서 중요한 의제인 만큼 총장 선출 의제로도 다뤘으며, 학생 사회의 큰 의제로 남을 수 있도록 자료를 아카이빙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졸업 유예자를 위한 ‘0학점 등록제’의 경우 교육개선협의회 안건으로 상정된 것에 그쳤으나 「자정」은 해당 논의를 처음 진행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한편 ‘창업 휴학 제도 개선’과 ‘군 원격 강좌 개설 강의 종류 및 수 확대’ 공약은 아직 완전한 도입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자정」은 창업 휴학 제도의 연한을 기존 2개 학기 또는 1년에서 4개 학기 또는 2년으로 연장하고, 대상을 사내 이사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본부 논의를 마쳤다고 공지했다. 또한 군 원격 강좌의 경우 지난 9월 정례 브리핑에서 기초교육원의 원격 강의 개발 등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본부의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학신문』 10월 10일 자) 「자정」은 차기 총학에 해당 공약들을 인수인계해 실질적인 적용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논의를 시작한 거버넌스=6·1 지방 선거, 제28대 서울대 총장 선출과 임기가 겹친 「자정」은 해당 선거 과정에서 학내 거대 의제를 제시하며 거버넌스 공약을 내세웠다.

우선 지역 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한 의제를 6·1 지방선거 대응 과정에서 관악구청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관악구청장 후보자와의 주요 논의 사안은 △관악산역 개통 후 등교 편의 관련 논의 △캠퍼스 내 안전을 위한 서울대 도로 법제화 논의 △관악산 들개 문제 해결 논의 등이었다. 대응 과정에서 논의를 서면으로만 진행했고 이행자 후보에게는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자정」은 이후에도 관악구 정책기획단에 부총학생회장이 학생대표 격으로 참여해 관련 의제에 대해 소통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분은 이후 「정오」에게 인수인계할 예정이다.

아울러 총장 선거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활동, 개별 면담, 공청회, 초청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이번 선거부터 학부생 1인이 총추위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며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이 총추위에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총추위에서 다루는 안건을 사전 심의하는 총추위 운영소위원회에 학생 위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또한 총장 선출 대응 특별위원회(총장특위)를 구성해 기숙사 구관 재건축 논의, 학생 복지 예산 편성 확대를 위한 협의체 확보 등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필요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대응했다. 다만 제28대 총장 최종후보자인 유홍림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임기가 내년 2월 1일부터 시작함에 따라 해당 의제들은 임기 시작 후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정」은 초기 공약 외에 학생의 평의원회 참여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기존에는 평의원회에 학부생 1인만 참관이 가능했으나 김 전 총학생회장이 11월 평의원회 본회의에서 상정한 참관인 확대 안건이 가결돼 12월 평의원회부터는 학부생 2인이 참관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학부생의 평의원회 의결권 확보를 위해서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전국총학생회협의회의 고등교육법·서울대법 개정 TF에서 총학생회장단이 활동하기도 했다.

「자정」에서 큼직한 논의들을 시작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완료된 의제는 없다. 이에 「자정」은 총학생회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자정」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정오」가 각 의제를 마무리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거버넌스 및 교육 관련 주요 역할을 맡은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대자연)’의 정상화를 통해 거대 의제에 대한 연구를 연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며, 전임 총학생회장단이 대자연장을 역임하도록 해 「정오」에서도 해당 의제를 원활히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정」이 남긴 아쉬움

◇학내 인권 단체들 “제 점수는요”=「자정」의 인권 공약은 전체 7개 중 △이행 2개 △수정 이행 1개 △부분 이행 1개 △미이행 3개로 50%의 이행률을 달성했다. 전체 공약 이행률이 75%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에 학내 인권 단체들은 「자정」이 인권 의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생협 문제 대응과 관련해 “「자정」은 식사 질 개선 없는 식대 인상 등에서 비서공과 협력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평하면서도, “생협에 대한 대학 본부의 재정적 책임 강화를 총학이 더 분명히 요구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5월 시행된 「자정」의 ‘포켓몬 빵 행사’에 대해 비서공 측은 “SPC가 반노동기업이라는 사회적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향후 SPC 상품을 학생회 행사에 사용하지 않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다만 총학의 결정이 공식적 입장 발표를 통해 공표되지 않고 자치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만 공개된 점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공동행동’(권서공)의 권소원 대표(경제학부·19)는 인권 공약 전반이 복지의 차원에 더 가깝다고 평하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쳐 겨우 소생된 학생회인 만큼 논란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자정」은 권서공의 연대 요청에는 적극 협조했으나 서어서문학과 A교수, 음대 B·C교수 사건 등 서울대 내 권력형 성폭력 사안에 대해 주체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권 대표는 “인권 의제에 대한 주체적 대응이 논쟁을 불러 일으킬지라도 정치를 포기한 학생회가 아닌 정치의 부담을 짊어지는 학생회를 원한다”라고 역설했다.

인권 공약의 부족함도 지적됐다.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의 김지우 대표(사회학과·20)는 “학내 배리어프리 지도 제작이라는 휠체어 사용자 중심 공약만이 존재할 뿐 다양한 장애에 대한 논의는 미비했다”라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지도 제작마저도 이행되지 못한 공약으로 남았다. 서배공 소속의 이우진 씨(자유전공학부·19)는 “「자정」 인권국과의 면담에서 2학기 중으로 학내 전수조사를 실시해 지도를 제작한다는 협의가 있었으나 이후 전수조사 계획 및 지도 제작과 관련해 어떤 고지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 대표는 ‘장애학생복지위원회 당사자 참여 보장’ 공약 이행 현황이 75%로 공지된 것에 의문을 표하며 “당사자들에게 관련 안내가 전혀 없었고, 협의가 완료된다 해도 위원직으로 임명될 당사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 의제도 아쉬워=높은 에너지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 등 캠퍼스 내 환경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임기 중 「자정」이 자체적으로 운영한 환경 관련 사업은 없다. 이에 총학이 환경 의제를 더 적극적으로 다뤘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 환경 동아리 ‘씨알’ 소속의 이강 씨(정치외교학부·22)는 “서울대가 10년간 서울시 에너지 사용량 1위를 기록했다”라며 “올해 3월 선거에서 「자정」이 환경 공약을 내세우지 않은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정」은 흡연 구역 자료 제작과 느티나무 카페 텀블러 할인 도입 관련해 총학생회와 씨알이 협업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씨알 측은 교내 흡연 구역 자료의 경우 전송 과정상의 착오로 수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자료를 받을 수 있었고, 느티나무 텀블러 할인 사업의 경우 「자정」과 씨알 간의 공식적 소통은 없었다고 밝혔다. 씨알 신예경 회장(기계공학부·19)은 “차기 총학에서는 약속대로 환경 동아리의 활동을 충분히 지원하고, 더 나아가 학생들의 대표자로서 직접 학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말 많던 전학대회=1년 넘도록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열리지 않던 상황에서 자정이 새로운 총학으로 당선되자 학생 사회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당선 이후 첫 전학대회였던 상반기 임시 전학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중도 폐회하기는 했지만, 총학 산하기구 3개의 해산 등 주요 안건이 대부분 의결되면서 무난히 종료됐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하반기 정기 전학대회였다. 전학대회를 앞두고 총학생운영위원회에서 전현철 전 부총학생회장(농경제사회학부·19)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총학생회칙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내용과 절차에 관한 문제가 여럿 제기됐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2년 9월 30일 자) 이에 전학대회 당일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과·18)이 문제점을 보완한 수정안을 발의했으나, 역시 내용과 진행 과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학신문』 2022년 10월 3일 자) 결국 이날 전학대회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중도 폐회했고, 김 전 총학생회장은 이후 당시 수정안 발의가 부적절했다며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을 사과했다.

◇진정한 소통의 「자정」이었나=「자정」은 ‘이주의 자정’과 ‘이달의 자정’을 통해 총학의 사업 진행 상황을 학우들에게 알렸으며, 정례 브리핑과 총장 선출을 위한 학생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 창구를 마련했다. 소통 공약의 이행률 역시 81.3%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자정」과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이 실질적으로 원활히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가령 지난달 30일 열린 「자정」의 정례 브리핑은 하루 전날에야 공지됐으며, 지난 9월 총장특위가 개최한 ‘총장예비후보자 초청 간담회 시리즈’ 역시 하루 전이나 당일 새벽에야 공지가 올라왔다. 「자정」 측은 일정이 급하게 정해져 미리 공지가 어려웠으며 이를 감안해 해당 행사를 온라인으로 송출했다고 소명했지만, 소통을 위한 대면 행사가 미흡한 공지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소통 공약의 핵심이었던 ‘총학 홈페이지 개편’에도 아쉬움이 있다. 「자정」은 학내 여론 수렴 플랫폼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며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를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할 것 △마이스누 로그인을 통해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을 특정할 것 △설문조사 진행 중에도 설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약속했으며, 총학 홈페이지의 ‘청원 게시판’을 통해 학생 사회의 공론장을 마련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자정」의 임기가 끝난 현재, 새로운 총학 홈페이지에 약속했던 기능의 일부는 구현되지 않았고 구현된 기능 역시 활성화되지 않았다. △문의 게시판 △커뮤니티 게시판 △진행 중인 설문조사 게시판에는 각각 하나의 게시글만이 존재하며 청원 게시판은 아직 개발 중이다. 또한 여전히 포털 사이트에 ‘서울대 총학생회’를 검색하면 개편 전의 홈페이지가 나오기에 새로운 홈페이지 접속을 위해서는 웹 브라우저에 주소(devwe.snu.ac.kr)를 직접 기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대해 「자정」은 “과거 자료 이관 문제 등으로 신규 홈페이지로의 완전한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소명했다. 신규 홈페이지의 최고 관리자 권한이 정보화본부에 있으며, 약속한 기능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중앙집행위원회 내에서 추가적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기술적 문제는 어쩔 수 없으나 소통 공약의 핵심이었던 활발한 공론장이 마련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자정」이 되돌아 보는 임기

◇학생 사회 회복이라는 과제=다사다난했던 8개월의 시간. 「자정」이 돌아본 자신들의 임기는 어땠을까. 『대학신문』은 지난 2일(금) 학생회관에서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과 전현철 전 부총학생회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학생 사회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던 「자정」이 임기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일까. 전현철 전 부총학생회장은 “학우 분들이 총학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다음 총학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까지 다지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장기간 총학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활동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자정」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총학은 없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컸다”라며 “우리가 하는 순간의 선택이나 발언이 앞으로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총학생회장은 “아직 학생 사회가 100% 회복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학생들도 총학의 효용을 어느 정도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앞으로 학생 사회가 더욱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자정」은 내부적으로 총학의 역할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현철 전 부총학생회장은 「자정」이 단순한 공약 이행을 넘어 의제를 던지는 역할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자정」이 권리 의제에 가졌던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았다”라며 “대자보나 기자회견으로 대표될 수 있는 메시지를 내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라고 자평했다. 반면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총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라며 “그 부분에서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정오」에게 전하고 싶은 말=제63대 총학으로 당선된 「정오」의 기조 중 하나는 「자정」이 쌓아 온 기반 위에서 학생 사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0)과 박용규 부총학생회장(경제학부·20)은 「자정」에서 중앙집행위원장과 소통홍보국장을 역임하며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 전현철 전 부총학생회장과 함께 일한 바 있다. 「자정」이 차기 총학 「정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자정」이 이룬 성과나 「자정」을 통해 얻은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라면서도 “본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학생회의 모델을 찾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전현철 부총학생회장은 “곁에서 지켜본 조 총학생회장과 박 부총학생회장은 계획된 범위 안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때로는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에도 발을 내디뎌 보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 번의 무산, 두 번째 도전과 당선, 2년 5개월 만의 총학, 8개월의 임기, 공약 이행률 75%까지. 제62대 총학 「자정」을 설명하는 숫자는 다양하다. 본격적인 대면 전환의 출발점에서 임기를 시작한 「자정」은 임기 중 총학을 향한 학생 사회의 신뢰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 선거와 서울대 총장 선거,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한 대규모 수해 등 다양한 학내외 상황에 대응해야 했다.

임기를 돌아보는 지금, 선거 운동 당시 큰 호응을 얻었던 GPA 산정 기준 변경 등의 핵심 공약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하반기 정기 전학대회에서 수정안 발의를 놓고 보인 미숙한 모습은 적잖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75%라는 역대 총학 가운데서도 손에 꼽는 높은 공약 이행률은 분명한 노력의 성과다.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과 전현철 전 부총학생회장은 「자정」이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 총학”, “총학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총학”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멈춰 있는 학생 사회를 다시 움직이고자 했던 「자정」. 「자정」의 노력에 대한 남은 평가는 학생 사회의 몫이다.

 

사진: 이가희 기자 lgh2641@snu.ac.kr

레이아웃: 김아영 취재부장 kay1124@snu.ac.kr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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