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 녹두거리에 위치한 술집 ‘녹두호프’의 사장 김례숙 씨(69)는 일명 ‘녹홉 이모’로 불리며 30년째 한결같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직원으로 시작했지만, 쌓아온 학생들과의 정 때문에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는 김례숙 씨는 “지금 정든 이 학생들 졸업할 때까지만 하자는 생각으로 영업을 계속 연장하다 보니 30년이 흘러 있었다”라며 오랜 기간 장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말했다. 이어 “학생들과 함께했던 게 너무 즐거워서 지난 30년의 세월이 3년 같이 느껴진다”라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녹두호프는 아직까지도 학생 손님을 주로 받고 있다. “아기들도 주인, 나도 주인”이라는 장사 철학을 가진 김 씨는 “학생들이 다 착해서 내 자식 같고 예쁘다”라며 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졸업생 김예지 씨(국어교육과·18·졸)는 대전에서 올라오는 길에 김례숙 씨가 좋아하는 빵을 들고 가게를 방문해 “추운 날에도 늦은 밤에도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이모 덕분에 서울에서 버틸 수 있었다”라며 녹두호프와 김 씨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녹두호프의 사정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녹두거리에서 서울대입구역으로 주요 상권이 이동하고, 코로나19의 영향까지 겹쳐 김례숙 씨는 더 이상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김 씨는 “학생들에 대한 미련으로 장사를 계속했던 건데, 찾아오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가는 것 같다”라며 장사 유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또한 “긴 세월 이어진 장사 동안 악화된 건강 때문에 좋아하는 학생들과 같이 술을 마시지도 못한다”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새내기들의 발걸음은 끊겼지만, 졸업생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 녹두호프. 김 씨는 학생들에게 “녹두호프는 아직 운영되고 있으니 많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의 과거로 가득한 녹두호프의 벽면에 학생들의 현재도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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