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 기자(사회문화부)
서윤 기자(사회문화부)

고교학점제 기획안을 들고 간 부서 발령 면접에서 ‘『대학신문』이 왜 고교학점제를 다뤄야 하나’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다뤄봄 직한’ 소재라고 생각했지만 ‘다뤄야만 하는’ 이유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결국 답변을 얼버무렸다. 발령이 된 이후에도 부서 특성상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취재해야 했기에 ‘『대학신문』이 왜 그 주제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날 따라다녔다. 생각해 보니 이는 대학 언론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고민이었던 듯하다.

누군가에게 대학 언론이 보도해야 할 사안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 ‘대학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그 학교 학생이 잘 알 테고, 학내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대학의 언론은 학내 사안을 잘 다뤄야 한다. 한편, 학내 사안 보도는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학교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하고 기사로 써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기성 언론에 인력 규모 및 발행 기사의 양과 속도가 밀리는 대학 언론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이다. 학내 언론사가 학교에서 얼마나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가는 별개로 따질 문제지만, 이번 학기 유독 많았던 ‘속보’ 발행, 총학·단과대 선거 국면의 발행을 보건대 『대학신문』의 학교 내에서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커졌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대학 밖에서 벌어지는 일, 학생 사회와 그다지 관련이 없는 일을 대학 언론이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 언론은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유일무이한 언론사의 지위를 누리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론사 중 하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대학 언론은 ‘언론’으로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하고, 나아가 기성 언론과도 어깨를 견줘야 한다. 대학 언론의 존재감이 기성 언론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학보’는 여전히 ‘그 학교 구성원들만 읽는 신문’에 멈춰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언론의 ‘학교 밖’ 존재감이 ‘학교 안’ 존재감에 훨씬 못 미치기에 사회 문제를 다룰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아무도 읽지 않을 테니 글 자체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목소리를 내는 일은 그 목소리를 몇 명이나 듣는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중요하다. 그리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필자의 기자 생활을 돌이켜보면 적어도 몇 명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남은 문제는 대학 언론의 존재감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언론의 기사가 학교 밖의 독자에게 닿을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다는 것인데, 이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 검색 결과로 노출이 되기만 해도 상당 부분 해결될 사안이라 생각한다.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간지 기사를 읽으면서 탁월한 문제의식과 집요하고 신선한 취재에 감탄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써 놓으면 누군가는 읽는다’라는 원칙을 생각하면, 노출도가 높아졌을 때 일간지 기사 서너 개를 읽는 것만큼 밀도 높은 『대학신문』의 기사 한 편이 빛을 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그에 걸맞은 취재 노력도 뒷받침돼야 하겠다. 노력 없이 쓰인 글은 대개 감흥 없이 읽힌다는 말이 있다. 질 높은 취재를 통해 여러 목소리를 모으고, 문제의식을 정확히 발굴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짚을 수 있어야 한다. 기성 언론이 미처 다루지 못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 참신한 보도를 통해 ‘『대학신문』이 왜 이걸 다뤄?’가 아니라 ‘『대학신문』이 이런 것도 다뤘어?’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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