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신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세 모녀가 같은 이유로 수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공과금 연체 등 이들이 보낸 구조 신호가 정부의 레이더에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빚 독촉으로 인해 숨어 사느라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에 실제로 발견되지 못했다. ‘신촌 모녀 사건’ 발생 이틀 뒤 보건복지부는 24일 발표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체계 개선 대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시금 약속했지만, 이 대책이 과연 반복되는 모자 가족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안전망이 될지는 미지수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체계 개선 대책’은 위기 정보 입수 경로를 확대하는 등 위기가구를 정확하게 발굴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대책만으로는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 2019년 아사한 관악구의 두 모자는 임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애당초 위기 정보 입수 대상조차 되지 못했으며, 지난 4월 병으로 숨진 채 발견된 창신동 모자는 구조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가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했다. 복지 대상의 발굴 경로를 확충하기 전에, 발굴 대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또한 발굴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 적실한 지원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자가 먼저 문을 두드리라는 기다리기식 복지 정책, 복잡한 지원 신청 과정, 그리고 엄격한 선정 기준 등은 현재의 공공 안전망이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그들이 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는지 현행 복지 정책의 맹점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이뤄질 때다.

나아가 유독 여성이 가족을 부양하는 모자 가족에서 유사한 비극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극이 있을 때마다 복지 사각지대와 여성의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회 구조가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남성 중심의 가계 경제활동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모자 가족만의 특수성을 고려한 빈곤층 지원 논의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 중에서 모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부자 가구보다 약 80만원가량 낮다. 편모에 특화된 제도의 보완이 요구된다.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지적되는 부분만 틀어막기 급급한 임시방편식 대응은 정부의 분명한 직무 태만이다. 비극이 발생한 이유와 해결책에 대한 충실한 숙고와 함께, 복지 대상의 발굴만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근본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