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화학부 김병문 교수

 

지난달 19일 자연대(503동) 625호 연구실에서 김병문 교수(화학부)를 만났다. 직접 분자 모형을 가져와 기자에게 화합물의 구조를 설명하는 김 교수의 모습에서는 여전히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설레는 그의 초심이 엿보였다.

Q. 화학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유기화학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고등학생 때 물질의 변화를 탐구하는 화학에 흥미가 생겼고, 특히 생명체의 근본 물질을 이루는 유기화합물이 흥미로웠다. 신체나 식물조직을 이루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뿐만 아니라 섬유나 플라스틱처럼 탄소를 포함한 화합물을 유기화합물이라고 한다. 유기화학을 통해 새로 만들어낸 물질은 약이 될 수도, 고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응용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현대의 연금술이나 다름없다는 점에 매료됐다.

 

Q. 2021년 한국유기합성학회에서 C형 간염 치료제 연구로 이남순 학술상을 받았다. 

A.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유전자 변형이 많기 때문에 치료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유전자 변형 NS5A 단백질에 광범위한 효과를 발휘하는 저분자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NS5A 단백질은 HCV의 유전자 산물 중 하나로, 이것이 저해되면 HCV가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된다. C형 간염 치료제 연구를 10년 가까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큰 상을 받게 됐으니 연구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

 

Q. 이외에도 항암제, 항우울제, 결핵치료제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를 위해 연구했다. 이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A. CRH* 수용체를 표적으로 한 항우울제 연구가 기억에 남는다. CRH 수용체가 CRH 호르몬과 결합하면 호르몬의 연쇄 작용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유발되고, 심한 경우 우울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둘 사이 결합을 막으면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다. CRH 수용체를 표적으로 한 항우울제를 기존의 약물과 병용 투여하면 기존 약물 투여량을 줄여 부작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과 1년 반 동안 CRH 수용체 관련 연구를 했고, 현재 동물실험까지 마친 후 개발 준비 중이다.

 

김병문 교수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이전에 개발한 교양 강의를 중심으로 대학의 교양 교육에도 기여하고 싶다”라며 강의를 향한 열의를 드러냈다. 또한 다른 교수들과 함께 내성이 없는 ‘혁신 항생제’ 개발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분자: 대체로 분자량 1만 이상의 분자를 의미한다. 

*CRH(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코르티솔의 분비를 조절해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방출하게 한다.

 

 

사진: 정연솔 기자 

jysn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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