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화학생물공학부 김병기 교수

 

지난달 18일 생명공학연구동(81동)에서 한평생 바이오공학에 몸담아온 김병기 교수(화학생물공학부)를 만났다. 기자의 방문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김 교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Q. 연구 중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A. 비브리오 플루비알리스*라는 해양성 박테리아를 발견한 일화가 떠오른다. 비브리오 플루비알리스는 미국에서 시타글립틴이라는 당뇨병 치료제 를 개발하는 공정에도 이용됐다. 이 박테리아는 하와이 효소공학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바닷가에 모래사장이 보여서, 우리나라의 흙과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 모래를 조금 퍼 가지고 왔다. 돌아와서 그것을 연구하는 학생에게 건네줬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냉장고에 한 3개월 동안 샘플을 처박아 두고 연구를 안 하고 있더라. 결국 그 후에야 연구가 진척돼 비브리오 플루비알리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브리오 플루비알리스는 비브리오 콜레라 계열이라 바닷가에만 서식한다. 만약 학교에만 있었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Q.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으로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선험자로서 ‘미래 세상 살아가는 법’에 대한 조언을 해 준다면.

A. 현대인은 큰 태풍이 부는 파도에 돛단배를 타고 표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한 분야에 정착해서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으면 아무리 예측 불가한 세상이라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한 분야에서 일가견이 생기려면 꿈을 크게 꾸고, 목표를 크게 잡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현대사회의 변화는 예측 불가하다. 온갖 장소에서 돌멩이가 날아온다. 지금까지 공부한 모든 지식 체계가 끊임없이 뒤집히고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돛을 거꾸로 달거나 다르게 달면 그저 좌초되고 파도에 파묻히고 말 것이다. 바람에 맞춰 돛을 달면 가만히 있어도 순항하고 그 파도를 넘어간다. 바람과 조류를 읽어야 한다. 조류를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항상 깨어 있어라. 꼭 자신의 전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을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Q. 본인의 삶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육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교훈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었는데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요즈음 그 교훈이 자꾸 떠오르더라. 오랜 선배들의 혜안을 포함한 많은 선험적 지식이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최근에는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님이 쓰신 『에디톨로지』라는 책을 읽었다. 책 내용 중에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것을 알아야 편집할 수 있으니, 지식 습득이 창조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비브리오 플루비알리스(Vibrio fluvialis): 해안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병원성 박테리아로, 사람과 갑각류에서 감염을 일으킨다.

 

 

사진: 정연솔 기자

jysn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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