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화학생물공학부 박태현 교수

지난달 30일 제2공학관(302동)에서 박태현 교수(화학생물공학부)를 만났다. 박 교수는 2018년 서울대학술연구교육상을 수상하며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2020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의 국가공무원 대상 최고 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강의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Q. 인간의 코를 대신해 냄새를 맡아 정보를 알아내는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했다.

A. 후각은 과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다. 하지만 미국 박사과정 때 전자 코 연구를 보며 호기심이 들어 임용 후 이를 연구 주제로 삼았다. ‘냄새’는 화학물질과 후각 수용체가 여러 조합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패턴으로, 바이오 전자 코는 후각 수용체 정보를 구현한 기판에 이를 재현하는 것이다. 바이오 전자 코를 산업화하면, 사람의 건강이나 식료품의 신선도는 물론 마약이나 지뢰의 존재 여부도 파악이 가능해진다.

 

Q. 생명공학 전공 서적만이 아니라 생명공학을 쉽게 전하는 교양서적도 출간했다.

A. 어릴 적 만화 영화 <우주 소년 아톰>에 나오는 과학자를 보며 그 직업에 대한 아련한 로망을 품었었다. 비록 언어는 서로 달랐지만, 일본인 연구자들과 세미나 뒤풀이 자리에서 아톰 주제가를 함께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들도 어릴 적에 만화를 보며 과학자를 꿈꿨고, 그렇게 학회에 와 열띤 논의를 하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공학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대중매체가 큰 영향을 끼쳤다. 후세대가 과학을 재미있게 여기고 과학자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데 책으로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Q. 교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모든 제자가 다 감사하고 소중하지만, 공부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학교에 다니기 어려워진 학생이 있었다. 다행히 당시 내게 여유가 있어 한 학기 등록금을 빌려줬고, 그 학생은 박사,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아 취직도 했다. 작년쯤 내게 찾아와 등록금을 갚았는데, 그 돈은 그 친구를 위해 다시 써야겠다 싶어 고이 보관해 뒀다.

 

Q. 정년을 맞이하는 소회는 어떤가?

A. 나보다 먼저 교단을 떠난 선배들을 볼 때는 은퇴하면 연구해 온 전공과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졸업생이 실험실 기술을 활용해 벤처 기업을 창립하며 최고기술경영자(CTO)로 가게 됐다. 감상에 젖어있기보다, 원천 기술을 연구했던 학교를 떠나 이제는 실생활에 기술을 접목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

 

“분자생물학 분야는 매년 새로운 정보가 발굴돼 수업 전 몇 시간씩 공부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라고 전한 박태현 교수. 호기심과 열정을 빼놓고는 박 교수를 설명할 수 없다. 그의 꿈은 색상에 코드가 있듯 냄새 코드를 국제적으로 표준화하는 것이다. 그 꿈이 이뤄질 날까지 그를 응원한다.

 

 

사진: 안선제 기자 

sunje10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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