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김현회 교수

지난달 20일 연건캠퍼스 의생명연구원 11106호 연구실에서 김현회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그는 교수로 재직한 지만 30여 년, 학생 시절을 합치면 무려 50년이 넘는 시간을 캠퍼스에서 보냈다. 수많은 수술과 연구, 강의를 거쳐온 그는 “지금까지의 인생이 기적 같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Q. 퇴임 소회와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감사함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덕에 이 길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그 기대에 제대로 보답했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기에 은퇴 후에도 병원에서 환자를 만날 계획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바로 도울 수 있도록 늘 의료인으로서의 준비 태세를 갖추려고 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도움만 주는 의사가 아니라 힘들어하는 환자들과 같이 울고 슬퍼할 수 있는 의사의 삶을 이어가고자 한다.

Q. 단일 절개 복강경 수술의 효과를 최초로 입증하는 성과를 보였다.

A. 내가 평생 노력해온 분야는 같은 수술이라도 가급적 절개를 줄이는 ‘최소 침습 수술’이다. 복부 내부에 내시경을 삽입하는 방식인 복강경 수술은 기본적으로 신체의 손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절개가 필수였던 과거의 수술 방식에서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기구가 들어갈 여러 개의 구멍을 뚫는 것이 통상적이다. 나는 2007년부터 여러 개의 구멍을 하나로 줄여 우리 몸에 있는 자연적인 흉터인 배꼽에만 뚫는 방식을 고민해왔다. 난도 높은 새로운 수술 방식을 사람에게도 적용하기 위해 동물 실습을 통한 임상 과정과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의 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격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했지만, 결국 단일 절개 복강경 수술을 소아 대상으로는 최초로 잘 마무리했다. 이 모든 과정에 감사하다.

Q. 교수로서 중요시한 강의 철학은?

A. 머리에서 머리로 가는 강의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는 강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는 책에 있는 정보를 정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후자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이 깊이 녹아서 나오는 메시지다. 가슴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Q.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서울대 학생들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우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수가 곧 ‘수월성’(excellence)을 의미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충분한 덕목은 아니다. 자신의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옆까지 바라보는 따뜻한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중요성을 항상 마음에 새기기를 바란다.

김현회 교수는 “사람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며 의학을 통해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회고했다. 이제는 대학 밖에서 따뜻한 의료인으로 살아갈 그의 앞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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