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향 | ChatGPT와 대학 교육의 향방

멋들어진 문장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확히 표현하는 ‘글쓰기’는 지적 생명체인 인간만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웬만한 사람보다 빠르고 완성도 있게 글을 쓰는 인공지능이 나타났다. ‘ChatGPT’라 불리는 이 인공지능은 사실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단순한 글쓰기뿐만 아니라 초보적인 수준의 문학 창작도 해낼 수 있다. ChatGPT가 강타한 대학가에서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글 쓰는 인공지능 ChatGPT

ChatGPT란 정확히 무엇일까? AI연구원 장병탁 원장(컴퓨터공학부)은 “ChatGPT는 ‘이루다’와 같은 이전의 대화형 인공지능과 다르다”라고 전했다. 이루다는 질문을 인식하고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간단한 답을 내놓는 것에 그친다면, ChatGPT는 미리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문장을 생성하는 데 중점을 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3.5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장 원장은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평가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점이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인공지능대학원장을 맡은 조성배 교수(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역시 “ChatGPT는 시나 소설의 창작, 사회 현황이나 전망을 담은 보고서 작성, 컴퓨터 코딩 등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시호 교수(연세대 IT융합공학과)는 “공대 대학원 기말고사 문제를 내자 A+의 성적을 받을 만큼 완성도 높은 답변을 내놓았고, 공장 관련 정보를 제공하니 법률적 지식과 실무자의 노하우까지 담긴 생산 라인 계획서를 제작하기도 했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장병탁 원장은 “ChatGPT는 글의 전후 관계 속에서 개념을 학습하고 앞의 문맥에 맞는 단어를 확률이 높은 순서로 던지는 방식으로 대답한다”라며 “사람처럼 이해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한경희 교수(연세대 공학교육혁신센터)는 “ChatGPT가 틀리는 이유는 ChatGPT의 주 관심사가 정보의 사실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영어권 국가의 정보에 관해서는 이미 방대한 정보를 학습했기에 일차원적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작지만, 한국 관련 정보까지 학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시험 평가 및 기술 검증을 진행한 주식회사 ANNA의 이상호 기술이사(CTO)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사용자의 판단력과 검증된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ChatGPT가 쏘아 올린 논쟁

ChatGPT의 효용성이 대학 현장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동과정 바이오엔지니어링전공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 중인 A씨는 “연구 계획서를 작성할 때 활용하니 큰 도움이 됐다”라며 “간단한 문장으로 연구 내용을 쉽게 설명해 달라 요구했고, 도출된 내용은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활용했다”라고 전했다. A씨는 ‘타원체의 표면적을 계산하는 MATLAB 함수 코드를 작성해 주세요’라고 입력하는 등 학습 과정이나 간략한 코딩에 활용한 주위 학우들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ChatGPT는 전문 지식을 활용한 영문 학술 글쓰기를 할 때도 기존의 번역 프로그램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를 도출했다”라고 밝혔다. 이상호 이사는 “이미 다수의 공대 학생들이 ChatGPT를 활용해 초록을 도출하고 논문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핵심적 설계와 실험 데이터, 연구 방향성은 저자가 정해야 하지만 그 외 부수적 부분은 ChatGPT의 도움을 받는 것이 편리하고 문제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필 및 표절의 가능성이 제기되며, ChatGPT를 저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장병탁 원장은 “ChatGPT로부터 답변 받은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명확한 표절이니 사용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달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ChatGPT를 포함한 인공지능을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한경희 교수는 “분야에 따라 일부 영역에서는 ChatGPT를 활용한 글쓰기가 억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엄밀한 과학적 프로세스를 입증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글쓰기를 사용하는 이공계열과 달리, 글쓰기 자체가 중요한 학습 과정이 되는 인문·사회계열에서는 학생들의 능력 함양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타당하다”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ChatGPT의 사용 여부를 식별하는 ‘GPTZero’와 ‘AI Content Detector’ 등의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ChatGPT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이런 적발 프로그램도 단기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인공지능 패턴을 잡아내는 다른 인공지능을 만들고, 그것을 우회하기 위해 또 다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과정은 실효적이지 않을뿐더러 교육적이지도 않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ChatGPT를 두려워하며 막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독창적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배 원장은 “계산기가 처음 도입될 때 인간의 수리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현 인류는 단순 계산에 머물지 않고 고차원적인 수학적 논리를 키우게 됐다”라며 “ChatGPT도 맹목적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잘 활용한다면 창의적 사고를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병탁 원장 역시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욱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심층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길”이라고 밝혔다. 

 

ChatGPT와 함께할 미래의 대학

서울대 역시 개강을 앞두고 ChatGPT의 등장에 어떻게 대비할지 논의 중이다. 기초교육원 최윤영 원장(독어독문학과)은 ChatGPT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도 “ChatGPT의 작동 원리와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하며,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를 분별하고 해석하는 디지털 문해력을 지녀야 한다”라는 당부를 남겼다. 이어 최 원장은 “현재 교내 본부 보직자에게 AI연구원의 협조를 얻어 ChatGPT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상태이며 학생들을 위한 강의도 계획 중”이라며 “조만간 기초교육원에서 ‘교수자와 학생들의 올바른 ChatGPT 활용’을 주제로 학문별 전문가의 의견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자 인정 및 활용 여부에 관해 논란이 컸던 만큼, 교내에서도 글쓰기 수업에서 문제가 될 확률이 특히 높다. 기초교육원에서 진행 중인 한국어 및 영어 글쓰기 수업에 관해 최 원장은 “글쓰기는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격까지 포함하는 활동”이라며 “올해 신입생 글쓰기 평가 동의 문구도 ‘타인의 글을 도용하지 않겠다’는 문구에서 ‘다른 글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식으로 바꾸고 글쓰기 시험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글쓰기 강의에서만은 ChatGPT의 활용을 최소화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교수자들 역시 ChatGPT를 활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고안하고 있다. 조성배 원장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달리 ChatGPT에 적절한 질문(prompt)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코딩 교육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시호 교수는 “ChatGPT가 아직 풀지 못하는 수학 연산이 필요한 문제나 그림을 포함한 과제를 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한경희 교수는 “학생들이 ChatGPT를 활용해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모으도록 한 후 토의를 진행하면 논의가 풍부해질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의 역할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변해 왔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 위협을 넘어 대학 교육의 방법론에 대한 근본적 물음까지 던져진 지금,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 아닌 ‘지혜의 상아탑’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때다.

 

 

삽화: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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