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몰핀 제40회 정기공연 《안녕? 나야 – 내 안에 빛을 비추다》

계속되는 경쟁 속에서 남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4일(금) 두레문예관에서 열린 중앙 무용 동아리 ‘몰핀’의 제40회 정기공연 《안녕? 나야 – 내 안에 빛을 비추다》는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그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은 총 2부로 진행됐다. <신입 사회>, <멋쟁이 토마토>, <오필리아>로 구성된 1부는 개인의 내면에, 2부 <안녕? 나야>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마음 안에 빛을 비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대 위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홀린 듯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힘을 쭉 빼고 편안해진 채 비로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춤으로 시를 그리다=1부에서 몰핀은 시를 인용해 무용수들이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알알이 드러나도록 했다. <신입 사회>에서는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와 진은영의 「사랑합니다」를 인용했고, <오필리아>는 정의석의 「오필리아」를 모티프로 했다. 시를 인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신다솜 씨(미학과·20)는 “시와 무용은 처음 볼 때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닮았다”라며 “두 가지가 연결됐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입 사회>에서는 무용을 처음 배운 신입 부원들이 몸의 움직임을 통해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신입 부원이자 공연단장인 45기 신다솜 씨는 “평소 생각을 전달하는 데 익숙한 수단인 언어가 아니라 몸의 영역인 춤을 통해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신입 사회>의 안무를 창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신입 사회>의 무대는 춤을 처음 접하는 이들의 서투름이 귀여우면서도 당당하게, 발랄하게 표현됐다.

이어진 <멋쟁이 토마토>와 <오필리아>는 39기 최혜승 씨(경북대 체육교육과·17·졸)의 독무로 꾸며졌다. <멋쟁이 토마토> 무대가 시작되기 전, 최혜승 씨는 “2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교사가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무용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무대의 취지를 소개했다. <멋쟁이 토마토> 후에는 산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낸 <오필리아> 무대가 이어졌다.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등장인물인 ‘오필리아’가 물에 빠진 뒤 드레스가 다 젖을 동안 노래를 부르다 죽게 되는 모습에 착안해 꾸며진 무대다. 무용수는 푸른 의상으로 얼굴을 완전히 덮어 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아의 모습을 춤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공연 전 소개 멘트에 따르면, 아름답게 죽은 오필리아와 달리 현실을 살고 있는 자신은 절대 아름답게 죽을 수 없음을, 그리고 죽음을 시도할 수조차 없음을 깨닫는다. 이내 그는 두 손으로 부여잡은 드레스를 놓으며 강물을 떨쳐내고 손을 꽉 쥔 채, 살아보겠다는 굳은 결의를 무용으로 드러냈다.

▲강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최혜승 씨.
▲강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최혜승 씨.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안녕? 나야>=학생이 담당한 1부와 달리, 2부는 안무가가 공연 기획과 안무 창작을 담당했다. 2부에서는 일곱 개의 음악과 각기 어우러지는 서사를 통해 낙오가 결코 실패가 아님을 표현한다. 안무가 장연실 씨(안무가·48)는 “패자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라며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결국 자신의 노력과 열의를 쓰다듬고, 존중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면접 상황을 무용으로 표현한 두 번째 곡의 무대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무용수들은 한껏 꾸민 채 면접장에 들어가 유려한 말로 자신을 설명하지만, 속으로는 그 면접 상황에 대해 반항하고 있는 면접자들의 심리를 몸으로 표현한다. 면접이 끝난 후 이어지는 도발적인 표정과 뒤틀리는 움직임은 이들의 반항적인 심리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인 무용수들이 한 명씩 낙오되다 결국 쓰러지지만, 이내 다시 질주할 준비를 하는 모습은 장연실 씨가 말한 “패자도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메시지로 관객을 이끈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 공연의 메시지에 힘을 더했다. 무용수들이 전하고자 하는 생각과 감정이 현악기 소리를 타고 나와, 발끝에서부터 하체와 상체, 목, 머리, 그리고 손끝의 움직임을 살아 숨 쉬게 했다. 특히 마지막 곡<Happiness Does Not Wait>에 사용된 굵은 현악기 소리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듯한 동작과 어우러지며, 평온하면서도 강인하게 자신의 마음을 쓰다듬는 이들의 움직임을 돋보이게 한다. 무용수들이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고 매만지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는 안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는 안무.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를=선이 예쁜 현대 무용이 자신들의 장르라는 몰핀의 무대는 무용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움직임’이 지닌 잠재력을 보여준다.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인 몰핀의 부원 조벨 마쿠스 씨(수학교육과·22)는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춤은 각각의 사람들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라며 “춤을 추면서 내 몸을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몰핀 김주은 부단장(고려대 철학과·20)은 “힘을 뺀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라며 “이를 연습하다 보니, 인생에서도 힘을 빼고 여유롭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스스로의 몸에 집중하는 무용수의 움직임은 관객에게도 이들의 모든 움직임을 존중하도록 이끈다. 장연실 씨는 “무대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무대를 보며 앉아 있는 시간, 그 리고 땀과 에너지를 흘리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 치는 마음 같은 작은 것들이 바로 존중”이라며, “이런 작은 움직임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무용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녕? 나야 – 내 안에 빛을 비추다》는 경쟁으로 날카로워진 사회 속에서 자신을 포장하느라 발버둥을 치던 이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무대에 담았다. 몸을 움직이는 사람도, 그 움직임을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마음속 빛을 발견하도록 이끈 《안녕? 나야 – 내 안에 빛을 비추다》.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던 마지막 안무처럼, 삶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모두가 자신의 안에 빛을 비출 수 있길 바란다.

 

사진 :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바로잡습니다. 7면에 게재된 '잃어버린 나에게 보내는 인사' 기사에서 최혜승 씨의 소속이 '체육교육과·17·졸'로 표기됐기에 이를 '경북대 체육교육과·17·졸'로, 최혜승 씨의 말을 인용한 "2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해 합격했지만"을 "2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으로 바로잡습니다. 공연에서 최혜승 씨가 말한 '합격 발표'의 의미는 합격자 발표가 났다는 의미였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했던 점과 인용이 적절치 못했던 점 사과드리며 해당 기사는 인터넷 대학신문(www.snunews.com)에 고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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