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아펙반대국민행동 집행위원장

해마다 아펙 정상회의 기간이면 해당 국가에서 벌어졌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반대운동의 흐름은 이번 부산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아펙을 전쟁과 빈곤을 확산시키는 기구로 규정하며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아펙반대국민행동의 집행위원장 김석준 교수로부터 아펙반대운동의 지향점과 전망을 들어봤다.

◆ 이번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문제를 제기했고, 아펙도 중소기업 문제, 문화간 이해증진 문제 등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의제를 채택했다. 이런 문제들이 아펙에서 실질적으로 다뤄진다면 꼭 아펙에 반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펙 내에서 논의의 틀을 일부라도 바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진영의 요구를 개진하자는 입장도 있을 수 있으나 현실성이 없다. 아펙에는 반세계화 운동 진영의 요구가 논의될 최소한의 조건도 마련되지 않았으며, 설령 그런 논의의 장이 부분적으로 열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도 중소기업 문제나 여성 관련 의제들이 부분적으로 채택됐지만, 이는 최소한의 요식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WTO 각료회의에서 DDA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특별 결의안 채택과 무역 자유화 진전을 위한 부산 로드맵 채택이었다.

◆ 아펙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 아펙반대운동의 목표였나?

아펙은 정부와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느슨한 포럼’ 형식을 띠고 있어 아펙회의에서의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펙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무리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아펙반대운동은 아펙의 실상을 정확하게 폭로하는 한편, 12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반세계화 운동진영의 연대의 장을 만드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한다.

◆ 다른 나라 반세계화 운동진영과의 연대 현황은?

예상보다는 수가 적었지만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명의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참여한 부산국제민중포럼이 16일과 17일 부산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이 포럼에서는 다양한 주제발표와 토론, 워크숍이 이뤄졌으며 양극화 해소와 침략전쟁 반대 등을 담은 ‘부산민중선언’이 채택됐다. 그리고 12월 WTO 각료회의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이는 반세계화 운동의 교류와 연대를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노조운동세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펙반대운동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러하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투쟁에서도 조직된 노동운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당면한 여러 가지 내외적 어려움 때문에 노동운동 진영이 이번 운동에 기대한만큼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아쉽다. 대신 이번 아펙반대운동의 경우 쌀협상 비준 반대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어 농민들이 매우 큰 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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