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정문 광장 조형물에 한국어 교명이 추가됐다고 한다. 환영할 만하며, 긍정적인 변화다. 지금껏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대학들은 종종 모국어를 희생하면서까지 공식 명칭과 홍보 자료에 영어 사용을 우선시해 왔다. 이런 경향은 국경을 허문 세계화와 세계의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 굳건히 자리한 영어의 지배력을 반영한다. 그러나 배움과 문화의 기관으로서 대학은 국가 전통과 언어, 정체성을 보존하고 기념할 책임이 있다.

이번 결정은 세계화 시대에서 자칫 불필요하다고 오인되기 쉬운 전통적 가치에 대한 의식을 재고하는 첫걸음이다. 한영 병기를 통해 서울대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번 메시지는 우리 대학이 세계화 속에서도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한국어 교명 표기를 추가한 것은 고무적이나,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학은 교육 과정부터 채용 관행에 이르기까지 운영의 모든 측면에서 지역의 전통, 언어, 정체성을 계속해서 홍보하고 되새겨야 한다. 단순히 지식과 연구의 중심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학은 지역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고 보존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현재 우리나라에 만연한 영어 사대주의를 바꿀 효시이기도 하다. 어째서 동사무소가 행정복지센터가 됐고, 대부분의 지자체 표어는 외래어가 점령했는가. 과도한 세계화의 물결은 자칫하면 우리의 뿌리를 휩쓸어 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세태 속에서 이번 한영 병기는 우리 문화를 지지하는 기반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초석이 외래어의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의 근본을 비춰주는 등대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기사는 우리가 뿌리를 잃어버려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를 특별하게 만드는 지역 문화와 언어를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 시대는 영어 집착의 시대다. 그럼에도 서울대가 이를 바로잡는 중요한 조치를 취한 것에 박수를 보내며, 다른 대학과 국가 및 지자체도 이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한다. 

국문에 대해 언급한 김에 덤으로 몇 자 대학신문에 바라는 것이 있다. 근래 한문 어휘 사용이나 맞춤법의 바른 사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대학신문』은 이런 세태를 바로잡아야 할 기관 중 하나이며, 학내 국문 오용에 대한 기사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우리말의 세계적 유행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정성민

제약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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