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좁은 방에서 눈을 뜬다. 하필 룸메이트와 나갈 준비하는 시간이 겹쳐 더 정신이 없다. 어김없이 복도에서 마주친 검은 벌레. 씻으러 도착한 공용 샤워실에는 선반 여닫이문이 떨어져 옷과 수건을 둘 곳도 마땅치 않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치우려는데 싱크대 배수망에는 버려지지 않은 음식물이 가득하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고장 난 문이 ‘쾅!’ 소리가 나며 거칠게 닫힌다.

위는 필자가 최근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2021년 입학 후 약 2년의 세월을 기숙사 92X동에서 지내며 이곳의 불편한 점을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구관에 거주하는 사생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자 한다.

우선 공용 시설이 과도하게 많다. 다시 말하자면 방 하나당 제공되는 시설이 부족하다. 92X동에서는 많은 공간을 수십 명의 사생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샤워실의 경우 층마다 2~4개의 샤워 부스를 함께 사용하는데, 청소해주시는 직원분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공용 취사실에서는 낡은 시설들과 비위생적인 싱크대 환경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시설에 관한 이런 문제는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특정 사생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에게 과도한 공용 시설에서의 생활을 전전토록 하는 열악한 환경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모든 공용 시설을 한두 명의 조교가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더불어 방 내부의 불편함도 있다. 2명이 함께 사는 92X동의 방은 약 4평 남짓이다. 가구를 2개씩 두고 나면 현관에서 창문까지 이어지는 침대 사이의 좁은 공간만이 남는다. 이 안에서 자유롭게 무언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때 함께 지내야 하는 룸메이트까지 잘 맞지 않는다면 더욱 곤욕일 수밖에 없다. 방 구조상 생활 시간대가 다를 경우 스탠드 하나조차 켜기 어려워 일상에 문제가 생기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학생이 92X동을 가장 꺼리는 이유는 바로 벌레다. 이곳에 살면서 벌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벌레와의 동침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벌레는 방 내부, 복도, 화장실, 취사실 등 정말 다양한 곳에 나오기에 사생들을 언제나 당황스럽게 한다.

학내 커뮤니티에서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듯, 많은 학생들이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92X동을 매우 꺼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에서 사생들이 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곳 92X동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김어진

윤리교육과·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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