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의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21일(화) 서울대입구역 일대, 옷깃을 여미고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얇은 패딩만 걸친 채 손수레를 끄는 노인이 있었다.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골목길로 들어간 그는 건물 틈에 낀 종이 계란판을 줍느라 여념이 없었다. 거리를 돌며 수집한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 생활하는 시민 A씨는 “폐지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종이 수요가 감소하자 국내 폐지 가격이 급락했다. 반면 전기료, 가스비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며 물가가 상승하자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정순태 씨(76)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폐지 100kg를 7,000원에 책정했으나, 현재는 4,000원”이라고 설명했다. 종일 폐지를 수집하고 이곳을 들른 한 노인은 몇천 원을 받고 돌아갔다. 폐지가 수북이 쌓인 손수레는 이들의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했다.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이들은 지난 겨울의 악몽 속에서 봄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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