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묵 교수(농생명과학부)
임정묵 교수(농생명과학부)

해방 후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내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뤘으나, 부패와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유교 가치관이 약화하고 공정, 다양성과 같은 새로운 가치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의 진화를 촉발했고 사람들의 소통과 업무가 온라인에 의존하며 사무 자동화,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인공지능 등 최첨단 시스템들이 빠르게 도입됐다. 사람들을 대신하는 기술이 새로운 가치관과 융합돼 급격한 사회 변화를 촉발하고 국가의 경쟁력은 물론 개인의 안위와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 분야는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계 파괴와 융합으로 대표되는 미래 학문의 발달은 개인의 창의적 역량에 의존하며, 비대면 기반의 글로벌 네트워킹은 학생들의 안목을 넓히고 학습 기회를 늘렸다. 학생들이 이 기회를 활용해 숨은 적성을 발견하고 역량을 발휘한다면, 기술 시스템이 사람을 대신하고 플랫폼 사업으로 뛰어난 소수만 대우받는 세상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적성에 기반한 개인 역량의 극대화는 정말 중요하며, ‘공정한 사회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며 질 높은 삶을 누리겠다’라는 젊은이들의 성취욕은 세상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유교적 가치관의 영향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업적으로 교수는 선망의 대상으로서 사회적 존경과 특혜를 받았지만, 공정과 평등의 가치가 예외 없이 적용되는 지금은 교수의 특혜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하라는 요구가 쇄도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러니하게 대한민국 사회는 교육자인 교수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교수 개개인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어떨까? 학생은 학습권을 가지며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고 연구의 동반자로 대우받는다. 또한, 대학을 향해 쓴소리도 할 수 있고 교수의 잘못된 행위를 대내외에 고발할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교수에 대한 순종과 존경을 더는 강요할 수 없지만, 사제 간의 정과 돌봄이 온정주의와 불공정으로 여겨질 수 있기에 성적 및 취업 등 대학생에게 중요한 모든 문제를 교수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에게 발생한 이런 일들은 결국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가치 변화의 결과이며, 동시에 미래 사회가 개인의 가치와 권익 및 책무를 소중히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지만 새로운 가치관을 예외 없이 적용하면서 고전적 전통도 어느 정도 존중한다면 사회에서 좀 더 사람 냄새를 맡을 것 같다. 교수와 학생 모두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로서 대학 공동체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하며 서로를 존중하며 깊이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스승과 제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생하는 상황이 낯설기에 아직껏 경험하지 못한 난감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건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인 만큼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냉혹할 수 있는 세상을 접하는 학생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는 것이다. 지금은 내 적성을 몰라 헤매더라도, 낙담하거나 조바심내지 말고 재학 중에 많은 경험을 쌓아 내 소질을 찾겠다는 패기를 갖길 바란다. 둘째, 소중한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그들의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찾았으면 한다. 남은 나를 대체할 수 없고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조언자들의 경험은 내 삶의 방식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모든 결정은 본인이 해야만 한다. 셋째, 우리나라나 내가 졸업한 대학의 발전에 헌신하지는 않아도, 내 이웃과 행복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아량을 조금이라도 가졌으면 한다. 할 것이 많은 젊은이는 물불을 안 가리고 내가 바라는 것을 이뤄야 하지만, 이웃의 행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모든 사람의 어깨 높이가 같아진 세상, 다양성과 상호 존중, 그리고 개인 중시의 새로운 질서를 대학 내 공동체인 우리가 이해하고 지혜롭게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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