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정치외교학부 외교학 전공 석사과정)
이상문(정치외교학부 외교학 전공 석사과정)

최근 일본 정부의 3대 안보 문서 개정이 화제다. 특히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안은 1999년 ‘주변사태법’의 연장이자, 이른바 65년 체제에 기초한 한일관계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990년대 중반, 증가하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미일 양국은 유사시 극동 문제 대한 협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1997년 ‘미일신가이드라인’, 1999년 주변사태법이 제정됐다. 미일신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 지역에서 안보에 중요한 영향이 있을 때 미일 간 협력을 명시했다. 자위대는 미군에 대한 보급 역할로서 후방지역지원을 담당했다. 주변사태법도 일본의 역할을 후방지역지원으로 규정했다. 반면 개정된 안보 문서는 북한과 한반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며, 자위권 행사 방식도 후방지역지원에서 반격 능력으로 확대했다. 1999년 주변사태법과 올해 안보 문서 개정 모두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후방지역에 머무르는 자위대의 미군에 대한 보급 역할은 상황에 따라 한반도 내에서 이뤄지는 군사작전이 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방지역 지원과 반격 능력 모두 한반도가 포함된 군사작전 또는 무력행사로 볼 수 있다.

주변사태법과 안보 문서 개정은 과거사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일관계의 원칙론을 제기한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경제협력 방식을 받아들였고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이 조약은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이슈와 독도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또한 일본은 제3조에서 유엔 총회 결의안 제195(Ⅲ)호가 밝힌 바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인정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부정하고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해당 판결은 국가 간 약속을 무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당시 배상 문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은 사실과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어쨌든 아베 전 총리는 65년의 합의를 문제 삼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북한은 UN에 가입한 주권 국가이므로 반격 능력을 행사하는 데 한국 정부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는 결정은 제3조의 확인과 충돌한다. 비록 북한이 UN에 가입한 별개의 정치적 실체지만 한국 정부의 합법성만을 인정한다는 것이 한일 양국이 합의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과거사 문제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유사시 한국 정부와의 사전협의가 마땅하다. 

일본은 미일 안보협력 강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점차 확대해왔다. 이번 안보 문서 개정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특히 미일 동맹이라는 정치적 구조를 극복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새로운 한일관계 인식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의 능동적 역할이 요구된다. 65년 체제를 어떻게 해석할지, 또는 수정하거나 보완할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지역의 안정 및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의 대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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