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인 객원연구원(국가미래전략원)
설지인 객원연구원(국가미래전략원)

인간은 두 개의 눈을 타고났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은 평면에 불과하나, 양쪽 눈으로 보게 되면 시야가 확장될 뿐만 아니라 양안시(兩眼視)로 인해 세상을 3D로 보게 된다. 지금 대학에 있는 국제사회의 인재들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안목이다. 세계정치와 국제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하고자 할 때 주권국가라는 단위는 흡사 인간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땅과 같이 근원적이다. 땅에서 두 발을 뗀다는 것은 두렵고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환기를 거치고 있는 세계와 그 안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문제들을 규정·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서로 다른 눈을 동시에 뜨고 세상을 입체로 봐야 한다. 한쪽 눈은 국가라는 육지에 굳건히 발을 딛고, 나머지 한쪽은 여기서 두 발을 모두 뗀 채로, 그러나 이 두 눈을 동시에 지니고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후자의 눈은 국가 단위 밖에서 위험을 감수(risk-taking)하고 실패에서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체내화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생길 수 있는 눈이다. 실패하기 가장 쉬운 곳에 –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곳에 – 자신을 놓아두는 것도 좋다. 아프리카 개발은행과 함께 일하던 시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취약한 지역인 서부 아프리카에서, 공여국 공공자금으로 원조를 하는 방식보다 좀 더 복잡하지만 민간 금융을 섞어 현지 왜곡된 사회·경제적 구조에 변화를 주고자 하던 시절. 당시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토론과 야근을 거치며 시도했던 새로운 형태의 한 펀드가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이 실험과 학습(test-and-learn) 과정에서 이후 다른 펀드가 조성돼 나왔다. 전통적인 개념과 해결책들이 닿지 못하는 영역에서의 문제 해결은 근력 운동을 하듯 실험과 학습을 반복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고, 이런 근력을 요하는 문제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다뤄야 할 문제들은 또한 복합적이다. 최빈곤국과 취약국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산업화를 위한 에너지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현지 정부와 시장을 알게 될수록 농업 사업을 동시 진행하게 된다. 에너지 공급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서부터 보건과 여성 문제까지 함께 다뤄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초기 가설을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며 문제를 규정하고 재규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힘과 역량은 자신에게 익숙한 땅에서 두 발을 완전히 떼고 대양을 항해해 보지 않으면 갖추기 어렵다. 

모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머무는 동안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사람을 키우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부대낄 때가 있다.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해 안정성이 조금이라도 훼손될 양이면 곧장 두려움을 주입시켜 한쪽 눈만 치켜뜬 사람들을 키우고 있지 않은지. 사회가 젊은이들을 이렇게 몰아간다면 대학은 수호자이자 방패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질문해 본다. 전환기라는 시기는 기존의 질서, 체제, 개념만으로 사회가 작동하기 어려워지는 시기이자 새로운 지향점을 찾고 재정립하는 시기다. 다산의 표현처럼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금빛 눈알의 가을 매처럼 가슴속에 차고 늠연한 기상을 기른’ 인재들, 강하고 열린 세계 인식을 지니고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재들을 등불을 켜고 찾아다니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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