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난방비 인상, 관악구 청년들은 안녕한가

매서운 시베리아 북서풍은 자취를 감추고 봄이 오고 있다. 하지만 2월 난방 요금은 3월 초 고지서로 뒤늦게 그 자취를 드러낸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네 차례, 열 요금을 세 차례 인상했다. 인상률은 각각 38.5%, 37.8%에 달해 난방비 폭탄을 호소하는 주민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신문』은 난방비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관악구 청년들을 만나보고 난방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를 살펴봤다.

 

⃟  높아진 난방비가 부담스러운 이들=난방비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들은 저소득층이다. 관악구 삼성동 업무를 담당하는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주민협력과 고수은 팀장은 해당 지역 저소득 가구가 난방비 인상으로 큰 부담을 겪었다고 전했다. 삼성동은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 시세가 낮은 관악구에서도 특히 저렴한 월세방이 많은 지역이다. 고 팀장은 “삼성동은 재개발 지역이라 웃풍이 세고 문을 열면 바로 바깥인 집이 많다”라며 “난방을 틀어도 효과가 없어 추가로 기름보일러를 때거나 연탄을 더 넣고, 전기 매트 위만 겨우 따뜻하게 해 놓는 분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삼성동 못지않게 월세가 저렴한 대학동 거주 청년들도 만나봤다. 특히 스스로 공공요금을 납부하는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난방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지난 1월에 비해 난방비가 62%가량 올랐다는 이다빈 씨(국어국문학과·20)는 “이번 겨울에는 처음으로 수면 양말을 신고 버텼다”라며 난방을 많이 틀지 않았음에도 난방비가 훨씬 올랐다고 이야기했다. 최정운 씨(건설환경공학부 석사과정)도 평소보다 6배 더 나온 가스비에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관리비를 충당하는데, 평소 빼뒀던 경비보다도 훨씬 많이 지출해야 해서 부담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고재형 씨(사회학과·21)는 “물가가 치솟는 것은 시대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난방비가 부담인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  난방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정부나 지자체에서 난방비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지원 대상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동절기 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기준과 세대원 특성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하기에 저소득 가구더라도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등이 세대원으로 포함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앙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는 대상을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하남시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난방비 인상으로 청년에게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기존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 대상자를 대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반면 전국에서 청년 인구 비율이 41.3%로 가장 높은 관악구는 저소득 청년 가구에 대한 난방비 지원 정책이 없다. 문의한 결과 관악구청 청년정책과, 복지정책과 1인가구지원팀, 에너지바우처 관할 부서 모두 “부서 관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청년가구 구성별 주거여건 변화와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2020년 청년 1인 가구 중 소득분위가 4분위 이하에 해당하는 저소득 가구는 75.1%에 달한다. 그럼에도 저소득 청년 1인 가구가 난방비 지원 대상으로 논의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태윤 교수(한양대 행정학과)는 “지원이 필요한 청년 1인 가구를 선별하는 게 행정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취약계층은 보통 가구 단위로 정의하는데 청년 1인 가구는 원가족으로부터 세대 분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행정적으로 선별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김태윤 교수는 “청년 1인 가구 중 저소득층은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바라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여형범 연구위원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집에 거주하는 소득이 적은 가구’를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정의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저소득 청년 1인 가구가 에너지 취약계층에 해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함께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법=주거 환경과 소득을 고려하면 열악한 주거지에 사는 저소득 청년 1인 가구는 에너지 취약계층이다. 관악구에는 청년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유 공간(△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청년공간 이음)이 존재한다. 다목적 공유 공간인 동시에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뷰한 청년들은 해당 공간에 대해 모르거나 “들어 본 적은 있으나 어떤 공간인지는 모른다”라고 전했다. 관악청년네트워크 신재용 위원장은 “평소 알고 이용하는 청년에게는 친화적인 공간이나 그렇지 않은 청년이 편히 방문하기에는 친화적이지 않다”라며 “공공기관의 선제적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열린 공간은 거주 공간이 아닌 만큼, 궁극적으로 현행 난방비 지원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김태윤 교수는 “난방비 지원이 꼭 필요한 청년에게 갈 수 있도록 지원 대상 선별 시 각별한 주의를 기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청년이 스스로 난방비를 납부해도 부모 소득이 잡혀 행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라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자신의 소득과 에너지 요금 납부 내역을 증빙한다면 난방비를 지원해주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고수은 팀장은 “청년들은 힘든 부분이 있어도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드물다”라며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기획할 때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지원을 요청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젊다고 해서 혼자 추위를 버티라는 법은 없다. 이다빈 씨의 말대로, 모두가 자신의 거처에서만큼은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겨울은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로잡습니다. 2063호(2월 27일 자) 5면에 게재된 ‘청년 세대, 난방비 인상에 한파 맞다’ 기사에서 ‘관악네트워크 신재용 위원장’을 ‘관악청년네트워크 신재용 위원장’으로 바로잡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했던 점과 인용이 적절치 못했던 점 사과드리며 해당 기사는 인터넷 대학신문(www.snunews.com)에 고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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