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사범대 이과 계열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변경은 컴퓨터 교양 필수화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발맞춰 학생들에게 컴퓨터 소양을 갖추게 하고자 ‘컴퓨팅 기초: 처음 만나는 컴퓨팅’(컴퓨팅 기초)이나 ‘컴퓨팅 핵심: 컴퓨터로 생각하기’(컴퓨팅 핵심) 등의 강좌 수강을 필수화한다는 것이다. 사범대 학생으로서 컴퓨터 교양 필수화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컴퓨터 소양이란 무엇인가? 이는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파이썬 등의 언어 지식이, 다른 이에게는 심화된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AI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같은 윤리적 측면에서도 컴퓨터 소양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 교과목만으로 충분한 컴퓨터 소양을 얻을 수 있는가? 필자가 수강한 ‘컴퓨팅 기초’와 ‘컴퓨팅 핵심’ 강좌를 예로 든다면, 두 수업 모두 파이썬과 라이브러리 및 알고리즘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어 유익했다. 그러나 해당 강의들은 컴퓨터 전반을 익히기보다는 초급 기술과 한정된 알고리즘에 집중돼 있다고 느꼈다. 또한 주변 수강생들의 평에 따르면 ‘컴퓨터 개념 및 실습’ 수업은 개설 학과마다 편차가 크다고 한다. 예컨대 화학생물공학부의 수업은 수학적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반면, 사범대 강의의 경우 심화 기술보다 선생님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초를 중점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이처럼 필수로 지정된 강의만으로는 수강생이 나아갈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컴퓨팅 기술을 익히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교양 선택 기회를 제한하면서까지 컴퓨터 교양을 필수로 설정해야 하는가? 개편된 교육과정은 기초적인 수준을 넘은 학생들에게는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반면 컴퓨터공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시간을 빼앗는 방식일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 교양은 선택 사항으로 두되, 자기 분야에서 요구되는 컴퓨터 사용법을 탐구할 수 있도록 교양 교육과정의 자연과 기술 영역에 강의를 개설해 선택지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컴퓨터 소양은 학부 4년 동안 익혀도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능력이다. 따라서 이과 사범대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서 요구되는 컴퓨팅 역량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강의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학생들의 분야를 고려한 합리적인 커리큘럼이 구성되기를 기대한다.

김태욱

역사교육과·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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