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 기자(사회문화부)
이승연 기자(사회문화부)

엄마는 본래 건강보험을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민간 보험의 추종자에 가깝다. 믿었다는 표현이 과장일 수 있으나, 그는 생과 사를 오가기 전까지 정말로 민간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자주 아프다고 말했던 아빠의 보험만 가입했을 뿐 정작 본인의 보험은 가입하지 않았다. 아픔은 소리 소문없이 찾아왔다. 건강보험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여의치 못했던 사정에 나와 언니 앞으로 들어뒀던 예·적금을 다 깼어야 했다고 했다. 병마와의 싸움에서는 다행히 이겼으나 그 후 엄마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됐다. 엄마가 가입한 민간 보험이 몇 개인지 모를 정도다(생명보험은 하나다).

건강보험을 소재로 택한 것은, 피부양자였던 엄마가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에 따라 다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며 내비친 당혹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함부로 열면 안 됐을 판도라의 상자였다. OECD 평균보다 낮은 보장률에 비효율적인 재정 지출 등 건강보험이 가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방대했다. 소득이 없는 학생이라 아직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나는 그 문제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취재를 계속할수록, 건강보험은 나를 비롯한 모두가 알아야 하는 문제임이 명확해졌다.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로워 운영이 어려워진다면, 우리는 세 배에서 다섯 배가량의 의료비를 더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건강보험은 적어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 죽는 일은 없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 기억해야겠다는 감정이 하나 있었다. 아플 때 혼자면 훨씬 더 아프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장애, 질병, 노령을 개인의 위험이 아닌 사회적 위험으로 간주해 환자가 외로이 병마와 싸우지 않도록 하는 ‘사회 보험’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만든다.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다. 지속 가능이라는 말이 흔하고 다소 진부할지라도, 건강보험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결코 사회 구성원의 안녕과 건강에 세심하지 못한 사회임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최대한 많은 질환이 보장되도록 보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나는 건강보험이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탄탄한 울타리가 되기를, 건강보험이 우리의 건강을 위해 건강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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