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책 | 불평등한 마지막을 성찰하는 『각자도사 사회』

각자도사 사회

송병기

263쪽

어크로스

2023년 2월 15일

 

 

 

죽음의 관점으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관찰해 본 적 있는가. 『각자도사 사회』는 이제 각자 사는 것을 넘어 각자 죽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유독 사회적 약자에게 더 불평등한 우리나라의 죽음의 현실을 비판하며,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성찰을 미루지 말고 받아들일 때라고 말한다.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로=각자 살아가는 시대를 넘어서 각자 죽어가는 시대가 찾아왔다. 집에서 죽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던 옛날과 달리 현대에는 병원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중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 요양병원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 대다수가 생애 말기 돌봄과 죽음은 집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인식했다며, 1992년 사망자 약 23만 명 중 오직 4만 명만이 병원에서 임종했다고 설명한다. 즉 당시의 죽음은 의료와 행정의 영역보다는 집안일의 영역에 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정반대로 변했다. 2008년 한 해 사망자 중 병원사는 63.7%에 이른 반면 재택사는 22.4%에 불과했으며, 2020년 병원사 비율은 75.6%에 다다랐다. 병원사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죽음을 앞둔 이들을 부양하는 요양병원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추진되고 있을 당시 국가는 ‘집-급성기병원-요양병원-요양원 전달 체계’를 구상했다. 정부는 일부 노인들에게 시설비 지원을 함으로써 본인과 가족들의 노인 돌봄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하지만 저자는 “결과적으로 이 체계는 ‘노동능력을 상실한 의존적 노인’이 생산가능인구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설계됐다”라며 “노인들이 집을 떠나 환자 신세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집-급성기병원-요양병원-요양원 전달 체계와 함께 정부는 2008년 요양병원의 설립 기준을 완화했다. 이후 자신에게 매겨진 장기요양 등급에 따라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나눠 보내지는 노인들이 늘었고, 결국 이들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병원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불평등한 죽음은 어쩌다 우리 곁으로 왔는가=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구조와 직결돼 있다. 사망 후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인 고독사나, 연고자가 시체 인수를 거부한 무연고 사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들을 돌보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한 결과다. 특히 무연고자가 응급 환자가 됐을 때, 그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스스로 연명의료의 중단을 결정하지도 못하는 제도적 공백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 인식 또한 문제다. 최근 유행하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은 잘 죽기 위해 나의 죽음을 스스로 대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쓸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무연고 사망자 문제에서 이런 인식은 독이 된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 가족 해체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결혼, 출산, 가족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보호자나 친척들이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병원에서 갈 곳 없는 죽음을 맞이하기 쉽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의 책임을 가족 구성원으로 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방안은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죽음을 돌아보다=팬데믹은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이 얼마나 많은 불평등한 죽음을 초래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돈이 부족하거나, 주변에 가게가 없거나 몸이 불편한 시민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곧 사회적 고립으로 직결됐다. 이전까지는 쉽게 표면화되지 않았던 사회적 자본의 차이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로써 죽음의 불평등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미 사회적 취약계층이었던 이들에게 죽음의 불평등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2021년 11월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은 노인 요양 시설과 연관돼 있었다. 저자는 “생의 끝자락을 보내던 노인들은 때 아닌 시설 봉쇄로 가족 면회도, 나들이도 어려워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고립됐으나 정작 누가, 어디서, 어떻게, 왜 죽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이들의 시체는 ‘선화장·후장례’ 방식으로 신속히 처리됐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런 현실 뒤에는 전체 병상 중 10%만을 차지하는 공공병원이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80%를 감당하는 한국의 기이한 의료 체계 문제가 숨어있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좋은 죽음에 대한 고민이 결국 좋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존엄한 죽음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편안한 보살핌을 줄 수 있는 왕진의 활성화 또는 호스피스 확대 등의 해결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빈약한 사회 보장과 외면되는 돌봄 등으로 일어나는 죽음의 불평등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